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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자랑해야지~~~~~~~~~ > 자유게시판

[RE] 자랑해야지~~~~~~~~~

작성자
아는이
등록일
2008-07-10 16:49:54
조회수
2,141

"뻘건꿀 꺼멍꿀 한번 따고 밤꿀 땄으면 좋겠다~"
<연재> 두승산밑 꿀벌집=벌집아씨의 일기장

이 글은 도시에서 살다 오래전 귀농해 전북 정읍시 덕천면 상학리 두승산 자락에서 양봉업(두승산밑 꿀벌집/www.beehome.co.kr)을 하며 살고 있는 벌집쥔장(김동신님)과 벌집아씨(조영숙님) 그리고 두 아들 정우와 영섭이의 알콩달콩하면서도 소소한 생활을 아주 자유스럽게 담은 것입니다. 글은 벌집쥔장과 벌집아씨가 번갈아가며 쓸 예정입니다. 이들의 꾸밈없는 `참살이` 모습이 삭막한 도시생활에 지친 독자님들에게 청량제가 될 것이란 생각에 가급적 말 표현 등을 그대로 살려 연재를 결정했습니다. <편집자주>

이상 야릇한 꿀
 
꽃이 비슷한 시기에 피다보니 올해는 처음으로 편하게 이동을 했다. 내려간 온도에 꽃도 오래가고 조금만 높은 지역이 있으면 더 늦고 덕분에 집에서 40분 거리로 이동해 매일 출퇴근을 한다.
전국을 헤매고 다녔으면 꿀은 조금 더 땄겠지만 그만큼 나가는 경비도 만만치 않다. 아카시아꿀이 끝날 때까지는 이동을 하나 안하나 안절부절이었는데 이젠 야생화꿀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니 마음이 조금은 편하다. 야생화꿀이나 밤꿀 두가지 중 하나는 나오겠지 기다리고 있지만 두가지 다 나왔으면 하는 욕심을 살짝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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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고 때죽꿀을 채밀하고 며칠후 가까운 곳에 있는 후배 벌쟁이가 왔다. 그 후배는 몇년  이동하지 않고 그 근방에서 꿀을 채밀한다. 이동 끝내고 들어오면 그 후배 꿀 한 병 들고와
"형님, 나 요상한 꿀 땄는데 이것이 무슨 꿀인지 맛 좀 봐줘요."
신랑도 나도 맛을 보지만 우리부부 꿀맛만큼은 진짜 예민하게 잘 본다. 하지만 새코롬한 맛도 살짝 나고 향도 특이하고 지금까지 맛을 못 본 꿀이다. 지난해도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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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꿀 내가 이동 양봉하던 첫해 딱 한 번 따봤던 꿀인데…" 한다.
"정우아빠, 우리도 저런 꿀 좀 따봤으면 좋겠다."
"그러게 나도 따봤으면 좋겠네. 색도 황금색이 나고 맛도 좋고…."
또 아카시아철이 끝나면 내장산 밑으로 들어가는 형님과 또 한 형님 하는 소리는 꺼멍꿀을 딴다고 하는데 맛이라도 보면 무슨 꿀인지 감이라도 잡겠는데 이미 꿀은 몽땅 집으로 가져가 맛도 볼 수 없으니 고개만 끄덕일 뿐….

때죽나무꿀을 기다리며 흐드러지게 핀 찔레꽃을 감상하길 1주일, 기다리던 때죽나무꿀을 따고 나무도 다졌으니 큰일이네∼하자, 그 후배 "형님, 걱정을 말어. 여긴 꽃도 없는데 소나무산에서 요상한 꿀이 나와."

그때부터 울신랑하고 난 후배가 딴 꿀이 들어왔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데 아카시아 때처럼 벌들이 뒤집어져서 일은 안하지만 감로꿀 때처럼 일정한 수준으로 꾸준히 일을 한다.

저녁에 가서 꿀이 얼마나 들어왔나 확인하면 일정한 양이 늘어있다. 성질 급한 울 신랑 소비한 쪽을 손으로 꾹 눌러 꿀을 묻혀 맛을 본다.

"정우엄마, 이거 용철이가 딴 그 꿀이야."

나도 이충할 때 흐른 꿀맛을 보니 그때 그 꿀맛이 난다. 그런데 그 후배가 우리보다 이틀  먼저 채밀했는데 저녁 무렵 봉장으로 왔다.

"형님 이 꿀맛 좀 봐봐. 진짜 희한하다니까."

예전에 그 황금색 맛있는 꿀을 또 들고 온 것이다. 
"우리도 이 꿀이겠지?" "형님 같은 밀원인데 똑같은 꿀 들어오지 틀린 꿀 들어오겠어요? 기둘려 봐요."

그리고 이틀뒤 꿀을 채밀하는데 채밀기에서 나오는 향과 색은 진한 황금색 햇살에서 따라보니 황금가루가 올라오는 듯 보인다.

울 신랑 신났다. 그런데 꿀이 유밀될 때부터 우리 부부는 이 꿀이 무슨 꿀일까? 숙제를 풀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그리곤 우리 꿀맛을 보고 산을 가보고 생각해 보고 또 확인작업 들어가고야 알아냈다. 소나무밭에서 나오는 꿀. 이동하는 사람들은 못따고 고정으로 있는 사람들만 따는 꿀. 그것은 바로 소나무 그늘 사이에 무수히 많은 옻나무 꿀이었던 것이다.

아카시아나 때죽처럼 눈에 보이는 밀원만 생각하고 소나무산이나 야산에 많은 옻나무는 꽃색깔이 눈에 잘 안띄어 큰 밀원으로 생각을 못했기에 선배 양봉인들이 못딴 꿀을 후배가 따고도 무슨 꿀인지 몰랐던 것.

산에 가보고 숙제를 풀고 후배를 찾아가 무슨 꿀인지 알아냈다고 알려주니 갸우뚱 갸우뚱. 지금까지 야생화꿀처럼 갈색이 나는 꿀을 옻나무꿀이라고 판매를 하고 있는 것들을 봤으니 갸우뚱하는 것은 당연하다. 설명을 듣고서야 후배 끄덕이며 "맞아요. 그때 아카시아는 다 졌고 산에는 아무 꽃도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근처에 옻나무는 무지 많았어요"하며 웃는다.

울신랑 "이 사람아 내가 처음 양봉 시작하던 해 그러니까 22년 전에 딱 한 번 이 꿀을 따본 적이 있었어" 한다.

이동을 했다면 올해 우리가 따고싶어했던 그 새콤하면서 야릇한 옻나무꿀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울 신랑 요즘 옻나무꿀을 보고 또 보고 신이 났다.

"옻나무꿀이었어. 그것을 왜 몰랐을까. 이렇게 색이 이쁘고 향좋고 맛좋은 옻나무꿀을…."
이렇게 중얼중얼 거리며 좋아서 다닌다.

"용철아, 벌이 별로 맘에 들게 일을 안한다 .집으로 들어가서 밤꿀 받을 준비를 할까나."
"형님, 기둘려 봐유. 며칠 뜸하다 일하는 것이 늘어나요. 그럼 뻘건 꿀 들어온다니까."

"글구 꺼멍꿀 또 나와유." 그넘의 뻘건꿀과 꺼멍꿀 올해는 따보려나 밤꽃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는데 비는 오고 그꿀 못딸까 걱정인데 울 신랑 오늘 제리 하러가서 소비장 꺼내들고 하는 소리 "참으로 이상하네."

"일도 맘에 안들게 하는데 꿀은 조금씩 조금씩 늘어."

날만 좋으면 후배가 말하는 뻘건꿀 꺼멍꿀 한 번 따고 밤꿀 땄으면 좋겠다∼.

촌넘 롯데리아 가던 날 
 
토요일, 꿀채밀 하랴 로얄제리 하랴 제일 정신없는 날이다. 다른 때 같으면 척척 손발이 맞아 정신 없을 것도 없는데 밤 날씨가 추웠던 것이 탈. 금요일 밤 10시가 넘어 벌 있는 곳에 가서 벌통마다 솜이불을 하나씩 덮어주고 왔다.

새벽 5시에 깨우니 울신랑 추울 때 꿀 잘못 따면 냉해를 볼 수가 있다며 일어날 생각을 않고 나만 애타서 일어나라 잔소리한다.

그때 가서 채밀기 맞추고 꿀을 채밀하는데 그날따라 햇님이 어찌나 뜨겁게 내리쬐던지 울 신랑 내가 가져가지도 않은 밀집모자 가져가서 안가져왔다고 퉁얼거린다.
"난 차 안에 있는 모자에다 왕(왕벌) 넣어 가져갔단 말이야."

햇님이한테 이미 져버린 울신랑 귀에 그소리가 들리겠는가. 한참 일하다 천막에 가더니 "밀집모자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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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왕 나오는날. 분봉군은 집에 가져다 놓았는데 왕은 이동시켜놓은 곳에 있어 일 끝내고 왕틀을 가져오는데 날짜가 된 것을 어찌 그리도 잘 아는지 왕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나오기 시작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뒷좌석을 보니 밀집모자가 있기에 나오는 넘들 잡아 왕롱에 가두어 밀집모자에 척척 담아가지고 왔다.

그런데 새벽에 가면서 뭐 빠진 것 있나 확인하라고 하기에 꿀 딸 때 쓸 채밀기에 필요한 것들만 챙겼으면 빠진 것 없다고 한 말 때문에 이렇게 한시간 동안 고집이 세서 그런다는 둥 엄한 소리 들어가며 죄를 뒤집어쓴 것이다. 거기다 남원에 계신 분 오셔서 로얄제리 가져가시려고 기다리지 논산에 사는 지인도 집에 와서 기다린다고 하지∼마음이 급하니 손은 더 말을 안듣고 덕분에 두 분 다 몇시간씩 기다리시고 가져가셔서 얼마나 죄송하던지∼. 포장하고 있는데 갑자기 막내넘 뛰어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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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형아가요 영화 같이보자고 빨리 오래요. 돈좀 주세요."

얼떨결에 세종대왕님 한 장을 주었다. 7시까지 졸업사진을 찍어야하니 동복을 가지고 나오라고 하기에 나가니 형제가 나란히 서서 기다린다.

꿀과 식초배달 하러 가는데 우리 큰넘 정우 하는 소리 "엄마, 영섭이 불쌍해요. 아직까지 극장에 두 번 밖에 못갔대요."

"오늘 롯데리아 데리고 가서 햄버거 사줬더니 엄청 좋아하네요."
그 소리를 하자 울막내 영섭이 배시시 웃으며 "엄마, 롯데리아는 탁자가 디디디 울리면 가서 우리가 시킨 것 가져다 먹음 돼요."

 그 소리에 정우도 나도 웃음보가 터졌다.

"영섭아, 롯데리아 햄버거는 너무 커서 먹기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먹었니?"
"그것 먹느냐고 혼났어요. 안에 내용물이 자꾸 옆으로 나오잖아요."

중학교 2학년이지만 시내에 혼자 나가서 놀 일도 없고 다른 아이들처럼 게임하러 PC방을 드나드는 것도 아니니 그런 면에선 순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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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기특하네. 친구들 하고 안보고 동생 불러내서 영화를 보니…."
"심심하면 심부름 해주니 동생 귀한 줄 알겠지?"
듣고 있던 아빠 "한 살 더 먹더니 철들었구만."

부모 입장에선 형제끼리 잘 지내는 것만큼 흐뭇한 것도 없지만 막내 기억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겠지!


<이들과 만남을 갖고 싶은 독자님들은 `두승산밑 꿀벌집(www.beehome.co.kr) 063-536-3384`으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좋은 만남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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