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내리는날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08-04-21 08:15:28
- 조회수
- 2,125
창문 밖으로 아카시아 나무잎이 조금씩 조금씩 내밀더니 파릇 파릇 커지고
그 옆에 상수리 나무에도 화분 받을 준비하라고 꽃대가 늘어지기 시작합니다.
마음이 급합니다.
"정우아빠 얼른 화분 받을 준비를 해야지. 빨리 화분대 걸어"
화분 받으려면 벌통에 솜도 벗겨내고 지푸락도 걷어내야하는데
신랑은 고개만 끄떡거립니다.
로얄제리틀은 청소 다 해놓고, 토요일에 제리 많이 나올 왕을 골라 이충해놓고
어제는 둘이서 월동 들어갔던 것들을 걷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먼저 못을 빼야 내가 일을하지"
전투에 나가는 사람마냥 마스크쓰고 모자눌러쓰고 손에는 고무장갑으로
무장을 했습니다.
신랑이 벌통뒤에 박은 못을빼고 나면 전 큰 고무다라 두개 갖다놓고 벌통뒤와 옆에
있는 짚을 담습니다.
그럼 신랑은 담아놓은것을 밭에갔다 버리고 솜을 벗깁니다.
벗긴 솜을 척척 접어 놓으면 신랑은 또 묶어 갔다 놓습니다.
볏짚에서 먼지가 얼마나 나던지 땀음 줄줄흐르고 짚 잡아댕겨 팔은 아프고
너무더워 마스크를 집어던졌더니 신랑은 어쩌려고 그러냐며 쓰라고 잔소리합니다.
고무 장갑속은 이미 물이 물커덩 물커덩 벗어서 거꾸로 들으니 주루룩 흐릅니다.
그래도 너무 거칠어지는 손이 싫어 참고 합니다.
그때 시원하게 바람이 한바탕 불어댑니다.
"정우아빠 눈온다"
"자두꽃 다 떨어지네"
정말 꽃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하늘을 처다봅니다.
쉬었다가 하자는 신랑을 재촉합니다.
"안돼. 6시까지 정우 옷도 다림질해서 갖다줘야하고, 또 왕도 이충하러 가야하고"
급한 마음에 더 부지런히 움직여봅니다.
힘들게 힘들게 끝을내고 뛰어 올라와 아들 옷을 챙기는데 전화가 옵니다.
"엄마 지금 오세요"
"안돼 아직 준비가 다 안됐어"
"저 지금 집에갔다 올거에요"
얼른 가서 데리고 오며 "뭐하러 오냐. 바빠 죽겠구만" 그런말을 하면서도
아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생깁니다. 집에오는 자식을 뭐하러 오냐고 해야하니
얼른 쌀 씻어 올려놓고 다림질하고 있으니 빨리 이충하러 가자고 신랑 재촉합니다.
어제 이충해서 넣어두엇던 틀을 꺼내 차안에서 애벌레들을 꺼냅니다.
로얄제리 왕이 다른 봉우한테 있어 거기가서 해오려고
신랑을 재촉합니다. "얼른해서 가야돼요"
꿀을 많이 모으는 왕은 여러마리인데 제리가 많이나오는 왕은 한통
내검하는 신랑 얼굴이 심상치 않습니다.
오늘 통갈이를 했다는데 너무 더웠는지 충이 말랐다고 못하겟답니다.
로얄제리를 충분히 먹고 자란 왕이 성능이 좋기에 할수없이 이틀 미루기로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들 밥먹이고 형부가 이틀전 오시면서 사가지고 온 딸기 꿀넣고
갈아서 주니 딸기 아이스크림 갔다고들 좋아라 합니다.
얼렸던것을 살짝 녹여 갈았더니 아이스크림맛이 나는가 봅니다.
그렇게 아들 데려다주고 우리의 일과는 끝이났습니다.
마눌은 허리가 안펴지고 팔이 아프다 하고 신랑은 발바닥에서
열이 펄펄 난다며 벌떡 누워버립니다.
"정우엄마 올 가을엔 월동 좀더 들어가 내년엔 50통만 팔자"
"팔아서 당신 줄께 그럼 나 맛있는것 사주겟지"
저 말속에 신랑의 맘이 보입니다. 마눌 힘든것이 안스럽고 매일 일만 시키고 마눌은
돈 한푼도 안준다고 쭝얼거리던 마눌을 생각해서 하는 소리일겁니다.
속으로 웃습니다. 해마다 비슷한 이야기하는데 지난봄에 십만원 받아본게 다 엿습니다
그래도 또 기대를 하는 난 아무래도 바보인가 봅니다.
내일은 또 어떤일이 내몸을 혹사시키려나
댓글목록
이덕수님의 댓글
봉우들의 손길도 목이 타 드러갑니다.
이제 쉴 튼이 별로 없을것 같지요?
벌집아씨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