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하는 일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08-04-25 13:08:55
- 조회수
- 2,034
해마다 반복하는 일이 시작되었다.
새벽에 일어나 쌀 씻어 올려놓고 얼른 내려가 신랑이 꺼내놓은 로얄제리틀 가저다
꼬깔콘처럼 생긴 집 자르고 3일동안 잘 자란 충을 꺼낸다.
벌들도 처음 로얄제리틀 넣어주면 잘 받아주질 않는 덕분에 처음엔 양이 적다.
날이 갈수록 벌 군수가 좋아져 틀수도 양도 늘어나기에 할때마다 묘미가 있다.
시간 보고 내선눌러 아들한테 까스 켜놓으라하고 일을하는데 막내의 전화다.
"엄마 밥을 줘야 학교를 가지요. 엄마때문에 오늘 걸어가게 생겼네"
좀 일찍가면 친구들 차를 얻어타는 모양이다.
밥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신랑을 볶아먹는다.
"빨리가서 충판찾아. 나 오늘 무지 바뻐. 저녁에 딸래미오니 반찬도 좀 만들어야하고"
신랑은 충판을 찾고 난 받지않은 제리틀 청소를 한다.
충판 찾아가지고 올때마다 " 아줌마 빨리해" 저소리가 왜 이리 귀에 거슬릴까?
잔뜩 찾아다놓고 의기양양 큰소리치는 신랑은 기술센타에 볼일이 있어 나가야한다며
이충 다할때까지 자기가 돌아오지 않으면 나보고 알아서 갔다 넣으란다.
"치. 마눌은 일 시키고 자기는 나가고 좋겠다"
못 믿어운듯 자꾸 돌아보며 가는 신랑
충판이 좋은탓에 이충이 잘된다. 오늘따라 무슨 바람이 저리도 센지
파릇 파릇한 나무가지들이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이리흔들 저리흔들
조금 있으니 와장창창 소리와 함께 베란다에 두었단 스텐다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떨어진 다라는 어디까지 날아가는지 한참 소리를 낸후에 조용해졌다.
"저 바람 어디 저장해두었다가 한여름에 꺼내서 쓰면 딱 좋겠구만"
혼자 중얼거리는 순간 더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이번엔 빨래대가 쓰러진것. 그러던지 말던지 꼼짝않고 앉아서 하던 이충에 열중한다.
울려대는 전화를 받으니 "우체국입니다. 귀하에 소포가 반송되었습니다"
망할넘들 한번속지 두번 속는다냐.
충판 좋은것 찾아준덕에 이충을 끝내고 제리틀 꽂아 들고 나간다.
벌통 뚜껑을 여니 바람에 개포며 솜이 이리저리 날아간다.
안되겠다 힘들더라도 한손으로 몽땅잡고 또 한손으로 제리틀을 넣는다.
"앗 따가워" 잔머리 굴린다고 따끔하게 한방쏘고 날아가고 또 한넘은 머리에서
난리 굿을 친다.
이충할때는 바지 속에 들어가 종아리를 간지럽히고 다녀 참냐고 혼났구만
그럴땐 차라리 속시원하게 한방 쏘이는것이 더 편한데
다 넣고 한틀 남았는데 신랑이 온다.
얼른 건네준다. 어찌나 반갑던지.
제리틀은 이층에다 넣어주는것이니 할수있는데 충판으로 나온 소비들은
1층에 넣어주어야 하는데 그 일은 내 힘으론 할수없기에 나름대로 어떻게 해야하나
머리를 굴리던 참이었다.
형부한테서 전화가 온다.
"처제 청보리축제 언제 갈거야"
" 못가요. 이젠 꼼짝도 못혀. "
"잘하면 일요일쯤 고창갈지도 몰라"
"형부 그럼 엄마좀 모시고 와요"
엄마를 모시고 오라고 하고도 마음은 편치않다.
건강하시면 그럴리도 없겠지만, 발이 많이 아프셔서 병원 다니고 계시는걸 알기에
바람이 불던 말던 산밑에 차들이 줄줄이 선것을보니
오늘도 고사리를 끊기위해 시내분들 또 출동했나보다.
댓글목록
서윤엄마님의 댓글
시험 시험 하시라고도 못하겠구 맘 같아서는 도아드리구 싶은 심정이네여 ~~
아무리 돈주고 사먹는다지만 편하게 먹는거같아 죄스럽기까지 하네여 ~~
드시는거라도 잘 챙기셔야할텐데 ~~어쨋든 힘드시드라도 잘 견뎌네세여 ~~
로얄제리랑 프로폴리스랑 드시면서 ~~
벌집아씨님의 댓글
부모 잘못만나 아이들이 고생하는것 같기도 하고 ㅎㅎ 이렇게 정겹게 언니처럼 말씀해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건강 하시구요.
진수님의 댓글
운영자님의 댓글
진수님이야 일터는 대한민국의 국방을 책임지는 연구소
다른 하찮은 일은 정말이지 못하셔도 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