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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쯤이면 > 자유게시판

이때쯤이면

작성자
벌집아씨
등록일
2008-05-07 18:20:35
조회수
1,709

눈도 뜨기전 울 신랑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말이 딱 맞았네. 바람이 많이 불어"

어제 하루종일 불어대던 바람을 보면서 어째 아카시아꽃만 피면 그 좋던 날씨가

바람으로 바뀌는지 몰라. 꼭 가을 날씨 같네. 울 신랑이 노래처럼 하던 소리입니다.

밤에 벌 한바퀴 돌아보고 들어온 신랑은 환하게 웃으며 들뜬 소리로

"정우엄마, 날씨 풀렸어. 무지 푸근해. 내일 꿀 나겠는데"

그 소리에 찬물을 끼얹을수도 없고 숨 몇번 쉬고 신랑 눈치 살살 보면서 하는소리

"정우아빠 ,생각안나?"

"1차때는 꼭 그러잖어. 하루종일 건조하고 하루종일 바람불고 그러다 4시만되면

언제 그랬냐는듯 바람 사라지고 날씨 풀리고 아카시아향기 진동하고"

"그리고 아침에 눈뜨면 다시 꿀 말리는 바람불고"

가만 듣고있던 신랑 " 몇년 1차 안갔더니 난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네"

그런 이야기하며 잠을 잤는데, 아침에 역시나 바람이 불어대고 있는것입니다.

어제도 이동한 일행들한테 전화가 오고 가고...역시나 꿀이 안나온다는 이야기뿐

오늘도 새벽부터 전화벨이 울립니다.

어디는 조금씩 나고있어 정리채밀을 했다는둥

어디는 하나도 안난다는둥  . 이렇게 겨울과 봄에 벌 키우면서 들어갔던 먹이를

정리채밀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따내고 이제부터 100% 순수한 아카시아꿀을 받는것입니다.

물론 먹이들어갔던것꿀은 다시 벌을 주기도 하고 도매로 싼 가격에 넘기기도 합니다.

아카시아꽃이 피면 몸은 내것이지만 마음은 내마음대로 못합니다.

마음은 1차지역에 간 봉우들한테 가있고, 갑자기 언제 어떻게 우리도 이동을 하게될지

모르기때문에 마음에 준비를 하고 비상 상태가 되어야합니다.

날씨에따라 꽃 상태에따라 자리 잡은곳으로 갈수도 엉뚱한 곳으로 갈수도 있기때문입니다.

올해는 이상기온으로 서울 지역도 이곳과 비슷하게 꽃이 피고있어 옛날처럼 뚜렷하게

1차 2차 3차 이런말이 곧 없어질것 같습니다.

경상도지역부터 꽃이 차례대로 피어야 아래부터 윗 지역까지 올라가며 꿀을

채밀해야 많은 양을 딸수있는데 그러다보니 마음이 더욱 조급해집니다.

그래도 우리는 집에서 로얄제리하며 꿀을 기다리고 있으니 이동한 분들보다는 마음이

편합니다.

어제밤에도 접동새가 서럽게 울어댑니다.

접동새 우는 소리와 비둘기 우는 소리는 가족과 이별할 시간이 되었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며칠전 울 신랑 저보고 그럽니다.

"이젠 생각을 좀 바꿔봐. 이젠 이별할일도 없고, 밭에간 엄마 기다릴 일도 없잖아"

물론 밭에가신 엄마를 기다릴 일이야 없어졌지만..

"당신하구야, 이별할일이 없지만, 아들 떼어놓고 이동해야하는데 왜 이별이 없어"

신랑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오늘도 제리 이충하면서 혼자 웃었습니다.

처음 결혼해서 구미쪽으로 이동하고 2차지역인 경기도지역으로 이동하는데

그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던 진풍경을 캄캄한 밤 그것도 고속도로에서 보게 된것이지요.

그때만해도 밤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는데

저만치 앞에가는차도 벌을 싣고 이동하는 차량이요, 지나가는 차도 벌싣고 가는차

휴계소에 들어가면 여기저기 많이도 서 있었습니다.

경상도 지역 꽃이 모두 떨어져갈무렵 충청도와 경기도쪽 꽃이 피기때문에

하루 이틀 사이에 모두 벌들을 싣고 2차지역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올라가는 벌통실은 차량들을 보면서 가슴 한쪽 마음을 놓기도 합니다.

우리가 판단을 제대로 했구나.하는~~~

오늘도  저녁 무렵되니 바람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나가서 확인하니 어제보다는 배들이 볼록해서 들어오는 숫자가 늘었습니다.

이제 꿀 들어오는 상태와 꽃 상태를 자주 확인해야합니다.

꿀이 쌓일정도가 되면 얼른 먹이와 벚꽃꿀등이 들었던 꿀을 따내고

100% 아카시아꿀을 받게되거든요.

풍밀을 간절히 바라면서~~~~~~~~~~

잘못 판단하면 그만큼 손해가 크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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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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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님의 댓글

진수
작성일
대전 시내권은 만개, 외곽은 버선발 넘어서 튀밥으로 변해가는중 입니다.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저는 이웃에게 묻고서야 짐작을 합니다.  몇 통 안되더라도 어제 정리채밀을 했습니다.  오늘 움직임은 많아졌는데 수확은 별로인 것 같군요.  이번 주말쯤되면 만개하지 싶습니다만...  재미로 하는 저도 아카시를 기다리는데...  전업으로 하시는 님들이사...  제발 날씨가 뒷밭침 해주기를 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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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하루가 다르게 산이 하얘지네요
우리는 내일 정리채밀합니다~그런데 밤날씨가 차가워서 걱정....
어제아침엔 서리까지 왔는데 꽃엔 이상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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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아씨님의 댓글

벌집아씨
작성일
우리도 오늘 저밀 채밀합니다.^^오늘 아침 날씨가좋아 유밀되기 시작했어요. 벌들이 차분하게 꿀을 가져오고 있어 부담없이 합니다. 저밀 채밀하고나서 벌들 일하는것 보고 있으면 음^^ 그기분 울님들이 아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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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사랑~님의 댓글

마늘사랑~
작성일
동신님.아씨님땜시 전에는 향기롭다는 생각만들던 아카시아가 요즘은 좀~ 달리보입니다. 아마도 제가 두분한테 중독이 된것 같습니다.
벌은 잘 모르지만 글만 읽어보아도 상상이 갈 듯도 합니다. 고 조그마한 것들의 일상들이요. 오늘은 여기도 종일 바람이 불어댑니다. 좋은 로얄제리 많이 드시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