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새소리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08-05-10 22:57:13
- 조회수
- 2,117
"빵숙아 나 먼저 나간다"
참 이상합니다. 그냥 나가면 좋으련만 꼭 저리 한마디하고 나가는것을보면
혹여라도 마눌 다시 잠이라도 잘까 그러겠지만, 마눌을 그리도 모르냐구요.
얼른 내려가 추리닝을 입고 앉아 일을 합니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무잎 사이로 새들의 움직임이 보입니다.
어린 가지들이 새들의 몸을 못이겨 출렁이고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밖을 자주 내다봅니다.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오늘도 아침을 즐겁게 해줍니다.
가끔 멋이라곤 하나도 없는 꿩의 소리도 들리고.. 할배새도 울어댑니다.
저 할배소리는 분당과 남양에 있을때 처음 듣던 소리였는데 이젠 우리집 마당에서도
울고있습니다.
처음 이사와 매마른땅에 신랑이 나무라고 생긴것을 여기저기 심더니 이젠 새들이
짝을찾기위해 노래를 하는곳이 되어버렷습니다.
그런데 어제부터 못듣던 새소리가 들립니다.
"정우엄마 저새 혹시 방울새소리 아니야"
"글쎄 나도 처음 듣는소리인데"
"노래 가사에도 있잖아 또르르르"
"웅 맞는것 같오"
아침부터 오후까지 어찌나 울어대는지 모릅니다.
신랑은 결국 켐코더와 카메라를 동원하기 시작합니다.
일이 늦어지기는 하지만, 이때를 놓치면 다시 찍을수 없으니
그저 지켜볼수밖에요.
"얼마나 작은지 새가 보이질않아. 소리만 들리고"
오후되어 저도 카메라를 들고 나서봅니다.
소리는 가까이서 크게 들리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습니다.
오늘도 여지없이 울어대는 방울새소리 들으며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정우아빠 저새 혹시 혼자서 날아온것 아니야"
"글쎄. 저 바보가 분당도 가보고 성남도 가보고 해야지. 여기서만 울면되냐"
저소리는 자기가 마눌을 성남에서 데리고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정우엄마 저새는 암놈이다"
"자기가 어떻게 알아. 내가보니 새들은 대부분 숫넘들이 마눌 얻으려고 울더만"
"예외란게 있는거야. 저넘은 암놈이야"
" 울 신랑 요즘 먹는것이 다 입으로만 가지"
그소리에 신랑도 웃고 말더군요.
그리 며칠을 울어대던 방울새가 오후들어선 흔적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리 어여쁘게 울더니 사랑하는 짝을 찾았나 봅니다.
혼자 생각합니다. 짝찾아 새끼 많이 낳아 내년엔 더 많은 사람들이 너의 고운 소리를
들을수 있도록 해주라.
오늘은 새소리대신 전봉준이 승리를 한 황토현에서 축제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북소리부터 시작해 노래소리 하루종일 정신이 혼미합니다.
저기도 한번 가봐야한는데.....갈곳은 많은데 몸은 바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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