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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추억에 잠시 > 자유게시판

옛 추억에 잠시

작성자
벌집아씨
등록일
2008-07-01 12:38:58
조회수
2,066

신랑 먼길가고 아들넘 학교보내놓고 나도 모르겠다 한잠 푹 잤습니다.

그래봤자 한시간 더 잤는데 몸이 좀 가벼워집니다.

벌들이 며칠전부터 이탈리안 글라스에서 나오는 화분들을 열심히 모으기에 나가서

보며 지나간 시간에 잠시 젖어봅니다.

처음으로 진안으로 이동갔을때, 아이들 하루종일 물장구치고 나와 배고프다고 할때

깊은 산속에서 간식거리 해줄것없어 점심밥으로 먹을밥을 후라이펜에 얇게 펴 누룽지

만들어주면 자기들 얼구보다 큰 누룽지를 들고 다시 물가로 가던 아이들

비라도 오면 옷을 못말려 옷에 곰팡이가 피어 속상해하고

나무막대 잘라다 낚시바늘 끼어놓곤 저녁먹기를 기다렸다 컴컴한 밤중 들리는것은

물흐르는 소리뿐

아이들 손잡고 바위위에 앉아 구부러진 나무막대 들었다 놓았다 몇번하다보면

묵직하게 잡아당기는 넘이 느껴질때 잡아올리면 시커먼 메기란넘이

"왜불렀수" 하고 달려있어 좋아하던일

그 기분에 밤마다 아이들 졸라대지만 하루종일 벌들하고 씨름한 신랑은 너희들끼리

가라고 혼자 드르렁 코골면 무서워 가슴 조이면서도 아이들 데리고 또 냇가로 나가

잡은 메기로 아침엔 매운탕 얼큰하게 끓여 먹고 낮엔 다슬기 잡은것 된장넣고 삶아

쪽쪽 빼먹었다.

올해도 우리 막내 그 추억 못잊어 무주에 안가냐고 슬쩍 물어본다.

농번기방학때면 무조건 전화해서 데리고 가라 졸라대어 힘든데 무엇하러 오냐고하면

그래도 엄마아빠랑 있는것이 더 좋다며 따라나서 비좁은 텐트에서 몇일 같이 지냈다.

올해 머위대 껍질을 벗기는 외할머니를 보고 막내하는소리

"엄마 벌가지고 이동하면 저것넣고 꽁치넣어 끓여먹으면 무지 맛있지요" 한다.

"너 어떻해 그걸 기억하니?"

"엄마가 천막에 갈때마다  해주는 반찬이잖아요"

"저녁엔 카레나 감자국, 아침엔 머위넣고 꽁치끓여주심서"

우리 아이들 기억속엔 그렇게 엄마아빠와 같이한 야외생활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나보다.

엄마 가슴엔 아이들 떼어놓아 미안하고 또 천막에와선 낚시하고 다슬기잡고

해맑게웃으며 행복해하던 모습들로 가득한데

산골짝  누구 볼사람 없다고

다 큰 녀석들이 팬티도 안입고 하루종일 입술이 시퍼렇게 질리면 나와 바위위에

누워 말리고 다시 물놀이를 했었지.

공부를 해야하는 생각조차도 모두 잊고 정말 아무생각없이 지낸 시간이엇기에

엄마아빠 한달여 떨어져있다가 같이 만나 먹고자고 한 시간이었기에 아이들에겐

더 행복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다음에 아이들이 정말 힘들때, 엄마 아빠를 생각할때 헤어진 아품보다는

행복했던 시간들을 하나씩 꺼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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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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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님의 댓글

자유인
작성일
요즘 아이들은 그런 추억들은 가지고 있는지.. 아이들과 생화을 하면저 자주 그런 생각들을 해봅니다.
모두 공부선수로만 키우다 보니 정작 중요한 추억을 심어주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게 요즘 교육과정이고 학부모 역시 적극 그 정책에 찬성을 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가를 전전하면서 그런 추억 하나 만들지 못하는 불쌍한 아이들..
아이들의 놀이는 놀이가 아니고 학습과정이란 걸 왜 모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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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아씨님의 댓글

벌집아씨
작성일
우리 아이들만큼은 제외였습니다. 나이먹으면 하기싫어도 해야하는것이 공부이기에
초등학교때까지는 맘것 놀라고 했거든요. 지금까지 세아이 학원하곤 거리가 멀고보면
그래도 지금 닭장같은 교실에서 하루종일 있을 두 아이가 불쌍하기만 하지요.
죽도록 공부해서 인생살면서 써먹는것이 아주 간단한것밖엔 없고 살아가면서 터득하고
배워야하는것이 더 많은데....대학이 무엇인지  아이들 다 잡지 싶으면서도
당장 코앞에 닦아오니 어쩔수없이 나죽었오하고 올해만 버텨다오 합니다.
아이들이 커서 어떤 기억이 먼저 떠오를지 모르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