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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좋으면 붙을까 > 자유게시판

재수좋으면 붙을까

작성자
벌집아씨
등록일
2008-08-04 07:14:42
조회수
1,730

어제는 새벽부터 바빴습니다.

정우가 공군학교 시험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전주까지 가야하기에  7시 넘어 아들을 깨우니 잘 일어나지를 못합니다.

밖에서 일을 보는 신랑에게도 빨리 준비하라고  재촉하니 "어차피 떨어진다면서?" 하고 되묻습니다.

무슨 애비가 저리 생겼냐며 퉁생이를 줬지만 그래도 속이 상합니다.

시험보기전부터 저리 말하니 웬지 부정타서  떨어질것같은 느낌도 들고

진작부터 학교에서 10명에게 공군, 해군, 경찰대시험을 보란다고 했습니다.

안가더라도  학교 명예때문에 보라고 하는것이지요.

"경찰대나 붙었으면 좋겠다"

"엄마 경찰대학은 서울대수준이에요"

저소리는 아마도 꿈깨라는 소리겠지요.

아들 전주고에 내려놓고 언제부터 진안과 무주를 들려보자고 말만하던 신랑

차를 진안으로 몹니다.

시험이 오후 4시가 다되어 끝난다고하니 시간은 넉넉할것같습니다.

마음은 산을 가꾸어 울님들 힘드실때 하루씩 쉬고갈수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싶은데

현실이 따라주지않으니 자꾸 마음만 앞서갑니다.

진안의 산을들른후 무주의 뽕나무밭에 가보니 뽕나무는 노루란넘들이 식사대용으로 사용해서

잘 보이지도않고 자라지 말라는 망초대만 커서 하얗게 꽃밭을 만들어놓았습니다.

진안에도 무주에도 휴가를 즐기러온 가족들로 만원입니다.

일할때는 우리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만 보이더니 이렇게 하루 숨통좀

트이러갔더니 여유롭게 즐기는 사람들만 보입니다.

그래서 눈과 귀가 보배라고 했나 봅니다.

보는대로 들은대로 보고 느끼니 말입니다.

한바퀴 돌아보고 전주고에 들려 야구연습하는것 구경하며 아들나오기를 기다려봅니다.

많은 부모들이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그늘을 찾아 시선을 한곳에 모으지못하고

아이들이 있는 건물로 눈을 자꾸 돌립니다.

시간이되어 아이들이 몰려나오자 부모들은 모두 달려가 아이들을 반깁니다.

모두 같은 말을 물어볼겁니다.

"잘봤어? 붙을것같니?"

우리 정우 다른것은 다 괜찮은데 수학이 너무 어렵게 나왔다며 지난해 시험이

제일 어렵다고해도 그 문제는 쉽게 풀었는데  오늘은 긴장되어 그런지 잘 안풀리더라며

담임선생님한테 보고를 합니다.

그때까지만해도 경찰대 시험을 보는줄 알았습니다.

"경찰대 간다는 아이들 등치가 별루다"

"엄마 오늘은 공군사관학교 시험이에요"

윽^^그 한마디에 울랑이 날 처다봅니다.

"경찰대시험이라고해서 월급나오면 얻어쓸까 했더니"

아빠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관학교도  다 나와요. 품위 유지비"

그렇게 아들은 학교로 다시가고 오늘아침

새벽부터 문자가 옵니다.

"엄마 답 맞춰봤는데 확실하게 붙을것 같아요"

"수학 못봤다면서? 붙었으면 좋겠다"

"붙어도 못가요. 시력이 안좋아서"

2주후엔 경찰대 시험이라는데....여기나 붙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이 무엇인지 새벽 2시까지 요즘 잠 못자고 공부한다는 소리에 삐적마른 모습이

더 안스럽기만 합니다.

대학 대학.....아이들 잡는것이 대학이지 싶습니다.

아이들만 잡나요? 그 비싼 대학등록금 대려면 부모들도 ~~~

못가도 붙기나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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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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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은님의 댓글

가은
작성일
와~ 정우녀석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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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아씨님의 댓글

벌집아씨
작성일
대학이뭔지 젊은 아이들 아주 잡지싶습니다.
그래도 열심히해주는 아들이 기특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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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경님의 댓글

권성경
작성일
우리 둘째넘이 늘 꿈꾸던 대학이 경찰대,공군사관학교가 아쉬움으로 막을내리고 "사람을 비롯한 많은게 배신해도 공부는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다"라고 말해주던 형덕분에
지금은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답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웬지 어울릴것같아서 저역시 아들의 바램이 이루어지길 바래었지만~~~

부모의 바램보다 정우의 꿈과 바램이 이루어지길 바래요.
아쉬움은 살면서 가슴한켠에 늘 자리하고 있다는걸 느낄때면 그때 좀더 열심히할걸~
하거던요. 그쵸?

아침저녁 제법 시원해지긴 했지만 꼬박꼬박 다가오는 입시날짜에 정우의 마음은
돌덩이에서 바위같은 무거움으로 다가서겠지요.
하지만 이미 홍역을 치룬 아들넘들이 그러더라구요.
똑같은 실력을 지녔을땐 베짱이 두둑한넘이 이기게 되있다고~~~
정우~화이팅!!!할게요.
베짱 두둑한 입시생이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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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아씨님의 댓글

벌집아씨
작성일
성경님의 자제분들은 다 커서 나왔나봐요.ㅎㅎㅎ 자라면서 현명하신 엄마아빠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 싶네요.
우리 정우한테도 이야기해줘야겠네요.두둑한 배짱좀 키우라고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도 되지요.
요즘은 아들보고 열심히하라는 소리도 못하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3년고생하고 평생 편하게 살라고했었는데 지금은 그저 바라만보고 있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않도록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