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넘이 대추벌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08-10-02 09:42:13
- 조회수
- 2,203
찬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어느새 창문넘어엔 누우렇게 황금들녘으로 변하고
파랗게 잎사이에서 보이지않던 감들도 옷을 갈아입기시작하고있다.
한동안 우리의 입을 즐겁게해주던 무화과나무도 올해는 일찍 열매를 마감하고
우리의 눈밖에있던 은행들이 노오랗게 익어 하나둘 떨어진다.
울신랑 아마도 은행에 손도안대고있다 바람 쌩쌩부는 어느날부터 하나둘 은행을
주워다 혼자 구워먹을것이다.
손안대고 코푼다는 말은 아마도 우리 신랑한테 해당되는 말이지싶다.
하긴 은행에서 나는 묘한 냄새와함께 잘못만지면 옷오르는데 어찌보면 현명한것일수도
아침에 눈뜨고 나가보면 늘어난것은 우리집 마당에 뒹구는 낙옆들
벌들은 추워지기전에 조금이라도 더 가져오기에 오늘도 열심을 떤다.
다리다리마다 달고오는 노오란 화분들
아랫층에 구왕을 죽이고 이층에서 교미받은 왕들을 아래로 내려주고
뒤에 구멍을 막아놓았더니 자기집 들어가는 입구라고 웅성거리며 난리들이다.
하루종일 저러다가도 해가지면 어디론가 들어가는것을보면 작은 녀석들의
고집도 참으로 대단하지싶다.
쑥꽃이 아직도 많은지 요즘 쑥화분과 한삼덩굴 화분이 끊이지않고 들어온다.
그래도 가을 늦살란 받는데 혹시라도 부족할까 며칠전 전군에 화분떡을 올려주었더니
왜 이제 주냐는듯 새카맣게 달려들어 먹는다.
요즘 꿀식초음료 디자인때문에 정신빼고 이틀연속 밤에 교육이있어 끝나고
집에오면 12시가 다된다.
어제 먼길갔다오냐고 잠시 집을 비우고 집에오기가 무섭게 한바퀴 돌아보던 신랑
"대추벌한테 당했다"
벌통앞에 대추벌들 우글거리고 울신랑 정신없이 배드맨트채로 이녀석들을 잡아댄다.
벌통앞에 작고 힘없는 우리 봉이들 수북하게 몸을떨며 죽어가고있다.
"망할넘들"
죽어가는 벌들을 보는순간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이다.
하루종일 집에서 지키고있는 날엔 잘 안오다가도 잠지라도 집을 비우면 저리 만들어
놓으니...
얼마나 저 덩치크고 임센 넘들하고 싸우려고 애를썼을까? 생각하니 너무나 가엽고
안스럽다.
오늘 새벽부터 교육때문에 수원으로 달려간 신랑 전화해서 "대추벌 잘봐"
나가보니 두넘이 얼쩡거리다 사라진다.
아래동네 할머니 90도의 구부러진 허리로 우리집앞을 올라오시더니 무언가 주우신다.
대문밖에있는 상수리나무에서 떨어진 상수리를 하나둘 주워가시는 모양이다.
ㅎㅎ 우리 신랑도 시간만 나면 주워다 모으는데...어느날은 한주먹 어느날은 서너알
주워오더니 할머니가 주운 뒤에 간 모양이다.
가끔 앞산을 보면 고사리가 나오는 봄에 보이던 차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시내분들 올해도 알밤을 주우러 오신 모양이다.
다른해 같으면 밤송이가 누우렇게 벌어지고 그곳에 주먹만한 알밤들이 보일텐데
올해는 가뭄탓인지 밤송이도 작고 정읍지역은 흉년인가보다.
나무에 달린 밤송이도 조금밖에 안보이기에 밤주우러 가는것을 포기했는데
어제 교육받으며 밤밭주인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그래도 주울것이 많다며 하루 오란다.
오늘은 신랑이 없으니 내일 막내데리고 한번 가서 주워볼까나?
그나저나 오늘 복지회관에서 독거노인돕기 바자회가있어 가서 국수 삶아야하는데
하루종일 우리 봉이들 지켜주어야하니 꼼짝 못할것같다.
할수없이 국수는 내일가서 삶아야지~~
댓글목록
신동진님의 댓글
이덕수님의 댓글
차라리 벌통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유인액을 담아 놓으니 그곳으로 집중합니다.
많이 모였을때 말벌포획기를 올려놓고 말벌 잡아 술도 담그고
요즘은 이렇게 장수말벌로부터 우리 봉이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벌집아씨님의 댓글
지난해 말벌포획기를 두개나 돈주고 사더만 올해는 사용 않더라구요.
많이오는것은 아니니 큰 피해는 없구요. 걍 심심풀이로 잡으면 딱일정도에요.ㅎㅎ
가끔 집에없는날이 문제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