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승산에서 돼지를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09-01-29 23:30:06
- 조회수
- 1,567
눈쌓인 두승산 자락을 넘어가며 "무슨산에 토끼도 한마리 안보여" 하는 마눌소리에
울신랑 "그런소리 말어. 성대형님일행이 두승산에서 멧돼지 11마리잡았대"
결혼하고 얼마 안되어 집으로 가는데 산토끼 한마리가 차에 치어있는것을 가져와
요리해달라 조르는 신랑때문에 할수없이 해줬던 기억이 있다.
어린시절 이틀이 멀다하고 눈이 내리던 내고향 가평
눈 오는 날이면 심심한 우리는 삼태기를 막대기로 받처놓고 옥수수 몇알 뿌려놓곤
참새를 잡아먹겠다고 사랑방 문을 살며시 열고 기다렸다.
하지만 머리좋고 동작빠른 참새들을 한번도 잡아본 기억이 없다.
받처놓은 지게다리에 끈을 메어두고 참새들이 모이를 먹을대 확 잡아당겨보지만
삼태기가 내려오기전에 참새들은 날아가버렸다.
참새 잡기에 실패하면 동네 개구쟁이들 모여서 산으로 몰려간다.
한손엔 막대하나씩 들고 토끼 몰이에 나서는것이다.
어린시절 산에가면 여기저기서 뛰어나온 토끼들때문에 심심치않게 놀랐다.
하얗고 통통한 산토끼들이 낙엽송밭에 여기저기에 보이지만 이녀석들 잡는것은
그리 쉽지않다.
어른들이 토끼는 앞다리가 짧아 내리막길에서 정신없이 내려쫒으면 잡을수있다는
소리에 산아래로 내려쫒아보지만 몇번 그렇게 달리기를 하고나면 지치는것은
언제나 우리였다.
눈 앞에서 놓친 토끼를 원망하며 꽁꽁언 손을 호호 불며 내려오는데 저 멀리서
재근이 오빠가 휘바람을 불며 내려온다.
재근이 오빠 손에는 우리가 그렇게도 잡고싶어하던 토끼가 손에 들려있다.
재근이 오빠네는 누나는 결혼을 햇었는지 집에없었고 아들만 셋이 있었던것 같다.
그 오빠들은 겨울이면 산에 올가미를 놓아 쉽게 토끼를 잡아왔고 냇가엔 통발을
놓아 개구리를 매일 잡아왔다.
오빠네 집에가면 비둘기도 잡아다 키우고 다람쥐도 잡아다 키웠다.
그러기에 언제나 부러웠다. 저 오빠들은 무엇이든 잘 잡아오는데 우리 오빠는
아무것도 잡아오는것이 없었다.
그래서 재근이오빠는 어린 내가슴에 우상처럼 자리잡았었다.
추운겨울 꽁꽁 언 냇가에 개구리 잡겠다고 몰려가 얼음위에 호호불며 불피워놓고
한쪽에선 설매를 타고 한쪽에선 개구리잡기를 했다.
가운데쪽 얼지않은 작은 바위위에 올라가 이리저리 흔들면 바위밑에있던 개구리들이
놀랐는지 헤엄처 나왔다.
나온 개구리가 멀리 도망 못가게 재빠르게 잡아 올린다.
그러다 팔이 다 젖고 때론 흔들리는 바위위에 잘못섰다가 물에 빠지기도 한다.
피워놓은 불에 몸을 의지해보지만 해결될일이 아니다.
잡은 개구리를 가지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아빠한테 혼줄이 난다.
그렇게 혼줄이 나면서도 우리는 안다.
내일이면 또 냇가로 산으로 몰려갈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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