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짠해서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07-07-02 19:02:30
- 조회수
- 2,212
장마철이라 빨래가 잘 안말라 어제 기숙사에 있는 아들 교복만 갔다주고 왔다.
곧 시험이라 주말에도 나오지 못한 아들이 안스러워 물병에다 토마토 쥬스 갈아다
주었더니, "앗싸 토마토 쥬스" 하며 좋아서 받아들고 간다.
기숙사에 있으니 과일 구경을 못하는 아들을 생각해 토요일에도 가면서 갈아다 주었건만 그리 좋은가 보다.
오늘 수업 끝날 시간에 맞춰 나머지 옷을 가져오라고 하기에 일하다말고 챙겨 가면서
병을 찾으니 없고 시간도 늦어 그냥 갔다.
고개를 넘어 가는데, 한쪽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꿩의 가족이 보인다.
세마리의 새끼와 어미가 저녁 먹이를 찾아 나들이를 나온 모양이다.
매일 가지고 다니던 카메라도 이럴땐 놓고 왔으니...
안타까운 마음에 기다리고 있을 아들생각해 학교로 달려간다.
수업 끝나고 나오던 정우녀석 자기집 차라고 금방 알아보고 온다.
막내 영섭이가 옷 가방을 건네주는데 정우의 눈은 내 손을 주시하고 있다.
"엄마 토마토 쥬스는요?" 병이 없어 안가져 왓는데...
알았다며 돌아서서 가는 아들녀석이 웬지 짠하게 느껴져 불러 시험은 잘봤는지
물으니 잘봤다는 대답만하고 간다.
웬지 안됐다는 생각이 들면서 예전에 엄마 아빠가 외출했다 돌아오면 입으론
인사하고 눈은 손을 주시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를 무렵
나도 모르게 차를 세웠다.
오늘 뭔 일이라냐.
도로를 횡단하고 있는 꿩의 가족을 보았기에 그냥가면 아기 꿩들이 모두 다칠것같아
황급하게 세우곤 막내보고 가서 한마리 잡아보라고 했더니 영섭이도 7~8마리 되는
아기 꿩들을 잡을것 같은지 뛰어간다.
그사이 어미를 따라 꿩들은 모두 숨어버리고 백미러를 보는순간 뒤에 세대의 차가
줄줄이 섰다가 앞지르기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분들한테는 조금 미안하지만, 어쩔수없는 일
집에 돌아와 택배 포장하고 뛰어 올라와 토마토를 씻는다.
"영섭아 얼른 토마토 갈아다 형아주고 오자"
병 찾아 한병 가득 갈아가지고 학교로 갔는데, 아이들이 여기 저기서 축구와
족구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아이들이 웃통 벗어던지고 팬티 바람으로 운동을
하고 있어 어쩐지 쬐매 민망하여 멀찍하게 차를 대고 있으니 알아보고 정우가
뛰어온다.
쥬스한병 받아들고 고맙다 인사하며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런 부모의 마음을 아들은 알런지!
댓글목록
이덕수님의 댓글
벌집아씨님의 댓글
부모들이 큰아들 큰아들 찾는 이유를 이젠 조금은 알것 같습니다.
이덕수님의 댓글
아이들이 주는 삶의 활력소 돈으로 절대 살수 없는 귀한 애너지의 원천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