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 시키기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23-02-20 10:55:42
- 조회수
- 955
옛 어른들이 힘들고 먹을것 없이 살아도 아이들 어렸을때가 좋았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땐 그말뜻을 이해를 못했는데 이젠 알것도 같습니다.
어린 아이들 깊은 산속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못 먹어서 키도 안자라면 어쩌나^^늘 마음이 불안하고 미안하고
그래서 별것 아니어도 먹이려 애를 썼던것 같습니다
고기는 해줄수 없어도 야채만이라도 고루 먹이려고 신경을 썻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아이들은 감자 볶음가지 무침등 야채류를 좋아들 하는데
특히 감자복음을 좋아합니다
딸아이는 채썰어 볶은 감자위에 계란입이고 깨 송송 뿌린것을
막둥이는 크게썰어 고추가루 넣어 빨갛게 해주는것을 좋아합니다.
입이 짧은 큰아이는 그냥 모든것을 좋다싫다없이 먹지요.
그래서 그런지 막둥이 학교 들어가선 급식을 먹어서 좋다고 하더니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급식이 너무 좋다고 한식 양식 중식 고루 나온다고
특히 고기류를 좋아하는 아이라 더 그랫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난주 홀로서기에 나선 막둥이에게 쌀과 김장김치 그리고 물김치를 보내주었습니다
이틀인가 있다가 사진이 톡방에 올라왔습니다
그릇도 산다고하더니 아직 못 샀는지 컵에다 물김치를 담아서 먹습니다
"엄마가 한 김치가 시원하고 깔끔하고 개운하게 맛있다~~"
울서방님 답글
"들깨죽과 아빠의 배추농사"
김치는 절인배추로 한것을 보내줬는데
"왠일로 맛잇다고 한다냐.언제부터인가 엄마 김치담그는 솜씨가 변했다고 하더니"
"저는 맛있는것은 맛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엄마 솜씨가 변했는지 맛이 없다고 햇던 녀석이거든요.
"어우 물김치 죽인다"
"매콤하고 시원하네요"
잠시후
"물김치 진짜 죽인다. 예술이네 예술"
"배추가 달아 진짜 달아요"
아빠가 키운거라 엄청 시원하고 맛있다고 하면서
이 물김치 못먹으면 인생 손해라나요.
그동안 배달음식이나 학교 급식에 아님 편의점 도시락으로 살아왔을테니
오랫만에 엄마의 김치의 깔끔한맛이 입맛을 확 돌게 했나 봅니다
예전과 다르게 이젠 예전에 엄마가 해줬던 음식을 식당에서 만나면 반가워 맛있게 먹는다고 합니다
어린시절 엄마가 해줬던 음식들이 지금도 좋은걸 보면 뇌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나 봅니다
이런 이야기하려고 한것이 아닌데...
어제 일하고 들어와 배가 고파 라면은 먹기싫고 밥을 먹기도 그래서 라볶기를 해서 둘이 먹습니다
이렇게 먹어도 맛있다는 남편에게 한마디 합니다
춥고 배고프고 힘든데 들어왔을때,
이렇게 따뜻하고 맛난것 해주는 마눌이 있으니 좋지?
정말 맛있는것을 해놓은 날은 밥 수저를 드는 남편의 얼굴을 보며 그럽니다
"어디에 복이 붙었을까?"
그럼 무슨 뜻인지 알고 웃습니다
"당신 나 없으면 개털이야.그러니가 마눌한테 고맙고 감사하다 생각하며 살아야해"
그럼 안다고 합니다
사실 요즘 나처럼 매끼니마다 따듯한 국에 찌게 끓여서 밥주는 사람 얼마나 있어?
생색아닌 생색을 냅니다
이렇게 자꾸 남편을 세뇌시키지 않아도 잘 알겠지만
이젠 한번도 가지않은 노년의 길을 가고 있으니 언제 누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서로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자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눌 없으면 부엌에서 하는것은 밥하는것 외엔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남편이 걱정되어
마눌 없을때나 아플때라도 무엇이라도 해서 먹었음 하는 바램이 있기도 합니다
지난주 첫차타고 서울가서 딸래미도보고 치주골이식 수술을 하고 반죽음으로 밤에 왔는데
남편이 해놓은 밥은 자갈밭같은 잡곡 종류가 수도없이 들어간 시커먼 밥이었습니다
죽도 못먹을거라고 치과서 두유를 주더만 울남편은 늘 이렇습니다
늘 배려가 없다고 퉁생이를 주지만 그런것은 유학보낸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냥 본인이 먹고싶은것 본인만 맛있음 되나 봅니다
할수없이 숭늉좀 끓여달라고해서 물을 마시곤 약을 먹고 자야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벌통 짜러 가야한다며 국좀 끓여달랍니다
이런사람이 마눌 없으면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아닌 걱정입니다
자기 말로는 본인이 먼저 죽는다고 하는데 세상사 오는것도 가는것도 내마음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어찌되었거나 이런 남편이기에 살아있을때나 원하는것 맘것 먹을수있도록 해줄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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