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뒤로

솔깨비 > 살며 생각하며

솔깨비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07-04-25 17:36:10
조회수
2,035

글제목 : 솔깨비
글쓴이 운영자
E-mail
등록일자 2004-12-31
조회수 79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2004년의 마지막날
모처럼의 눈을 보고 즐거워하며 장갑을 끼고 나가는 영섭이와 주명이는
아빠가 이런날 어떤생각을 하는지 알턱이 없을것입니다

아빠가 어렸을적엔 지금보다 훨씬 더 추웠고
겨울식량인 고구마가 방안을 거의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었으며
하얀눈으로 덮인 산에가서 눈 맞은 소나무가지를 꺾어 날라야 하는
누나가 있었다는것을 알턱이 없습니다

누나는 친구들과 함께 추운 겨울에 더욱 잘 꺾어지는 소나무가지를
새끼줄로 커다랗게 묶어 머리에 이고 와서 뒤안의 나무청에 쌓았습니다
그 억센 머리와 목은 수년전 부안댐으로 수몰되어 모두 떠나버린 내변산 골짜기의 어느 산골에서 다시 확인할수 있었는데

마침 가뭄으로 드러난 옛길을 더듬어 산골짜기 마을터를 찾아간 그날....
외삼촌은 직소폭포 주변에서 잡은 "징거미"만을 수확물로 가져가고
저는 으름열매를 차곡차곡 박스에 담아오는것으로 만족했는데 누나는 맨몸으로도 걷기 힘든 산비탈 길을 머리에 잔뜩 감을 이고 내려온것이었지요

"저위에는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않는 샘이 있는데 꼭 한사람이 쓸수있는 양이다" 땅을 잘보셔서 지관일도 하시는 외삼촌께서 길도없고 바위뿐인 높은 산을 가리키며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아궁이에 넣으면 하얀 연기를 잔뜩 내뿜으며 타는 그 생소나무 가지를
우리는 "솔깨비"라고 불렀습니다
그 솔깨비를 꺾던 누나 역할을 나중에 우리는 마른 솔잎을 긁어모으는 일로
이어받아야 했다는것을 방안에 앉아서 손가락만 까딱거려 조절기 눈금을 맞추는것만으로도 따뜻해지는 것을 보고 자라는 요즘 애들이 알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억세고  굳은일을 잘하던 누나도 하루만 있으면 52세가 되는군요
날씨가 춥고 눈이내리니 이렇게 옛날 생각이 납니다

인생은 힘들때도 있는 것이라고
너희들은 지금 힘드는것이 아니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이해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교훈을 남겨야할까요

본문

다음글 그나라 부자되겟네 07.04.25
이전글 어릴적 감나무 07.04.25

댓글목록

댓글쓰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