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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랍덩어리
엊그제 영섭이의 초등학교 졸업식날 이제 더이상 초등학교를 졸업할 놈이 없으니 한번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열댓명밖에 안되는 졸업생... 식장은 교실에 마련하였더군요 모두에게 10~20만원의 장학금을 주는 시골학교의 졸업식은 아기자기하여 재미있었습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고 그것이 전혀 이상하게 생각되지도 않았던 아빠의 초등학교 졸업식,그때는 대부분이 그랬지요.막내의 졸업식은 한송이지만 꽃까지 받았고 엄마아빠와 형아까지 자리를 함께 했으니 호화로운 졸업식이 되었습니다. 아빠가 캠코더로 남긴 졸업식에서 어릴적 친구와 추억속의 선생님 모습을 원하는 만큼 볼수도 있겠지요
끝나고 둘러본 교실에는 컴퓨터와 우리것과는 좀 다르게 생긴 커다란 TV가 빠짐없이 있었는데 요즘의 초등학교는 그런가봅니다 가까운 식당에서 학부모와 선생님들의 점심식사 자리에도 빠지지않은것은 좋았지만 유달리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저는 교감선생님도 구별하지 못하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이상은 옆으로 빠진 얘기였습니다..ㅎㅎ
생물들의 살아가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며칠전 벌꿀만을 먹는 3일간의 금식때 아침에 닦은 이의 느낌이 다음날까지 유지되는것을 보고 가지게 된 생각은 우리는 너무 많은 찌꺼기까지 섭취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다시읽는 인산선생님의 책에서 벌꿀에 관한 글을 옮겨봅니다 =============== "그러고 꿀이 사람한테 좋은데 이꿀은 뭐이냐? 풀뿌리나 나무뿌리속에 세근(細根)을 접근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뿌리있어요. 요놈의 뿌리는 황토에서 내왕하는 냄새중에 그 나쁜 악취를 다 안받아 주고 거기서 향내만 받아 가지고 흡수해서 물이 오르는 뿌럭지로 접선을 해놓으면 물이 올라가는 그 물속에 향내 나는 향내가 합성되면, 요것이 꽃이 피는데 화방속에 밀방(蜜房)을 이루게 돼있어요" ======================
"암약 옻과 당뇨신약 쥐눈이콩" 을 설명하는 부분 초입의 글이었습니다
꿀벌이 먹는 또하나의 음식은 만개한 꽃에서 모아온 꽃가루입니다 수백송이의 꽃을 날며 두 뒷발에 고추씨보다 작게 뭉쳐서 운반해오는 꽃가루는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할만큼 단백질이 많다는 콩과 비슷한 정도의 단백질이 있으니 화분이 많이 나오는 계절의 꿀벌들이 활기차고 로얄제리를 많이 분비하는 까닭입니다 꿀과 꽃가루를 먹고 사는 꿀벌이야말로 신선이 되기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것같으니 저도 다음엔 꽃가루를 같이 먹어가면서 시험해야 될것같습니다
꿀벌은 배가 부르면 기름을 분비하는 신기한 곤충입니다 자기 배마디에 생긴 1~2mm 크기의 이 비늘을 스스로 떼어내어 입에 물고 반죽하여 6각형의 벌집을 만듭니다 꿀벌의 집은 수만개의 밀랍비늘을 모아 붙여 만든 결과물이지요 숙성된 꿀창고의 뚜껑을 덮는데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꿀벌의집을 기름으로 만들지않았다면 수분이 함유된 벌꿀을 저장할수 없을테니 꿀벌의 지혜는 참 대답합니다 ?? 그러고 보니 배가부르면 사람도 기름을 내는군요 꿀벌처럼 남는 기름을 그냥 떨어뜨려 버리는 기술은 없지만서도...
로얄제리 생산과정의 사진에서 보는 칼로 잘라내는 것이 밀랍인데 꿀을 뜨면서 나오는 밀랍부스러기와같이 모았다가 마당의 큰 솥에 물과함께 넣고 끓이면 녹아서 물위에 뜨고 그대로 식히면 노랗고 예쁜 밀랍덩어리가 됩니다 밀랍은 아주 다양하게 쓰이는데 불을 밝히는데는 양초보다 훨씬 좋습니다 파라핀보다 단단하고 감촉도 좋으며 인형을 만드는데도 쓰여 얼마전 만들었다는 배용준의 인형과 독립기념관의 인형들도 밀랍으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못가보았지만...ㅎㅎ
공업용으로 쓰임새가 많고 각종 현악기의 줄에도 쓰더군요. 화장품이나 연고등 의약품의 원료로도 사용되며 울 각시 어렷을적에 토종벌을 키우는 할아버지덕분에 인절미를 밀랍에 찍어먹었다고 하며 어떤 음식보다도 뱃속이 든든한 기억이 있답니다
휴대용 부탄가스를 이용한 도치를 가지면 가정에서도 쓸만한 곳이 많이 있지요 나무로 만든 꿀벌의 먹이그릇이 오래되어 새면 밀랍으로 때우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제가 쓰는 또하나의 비법~~ 골동품을 취급하는 항아리장사들이 금간곳이나 모래구멍을 메꾸는데 강력접착제를 쓰는것을 보고 찜찜해 하던끝에 생각해낸 방법, 도치로 항아리를 가열하면서 밀랍을 녹여 문지르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새는곳을 막아줍니다 힘들게 사모은 수백만원어치의 커다란 항아리 30여개.... 빛을 발하는 날이 있겠지요
자연물질인 밀랍의 특이한 성질은 이렇게 쓸모가 많은데 지금까지 써온것보다 더욱 요긴하게 쓸곳이 생겼답니다. 사진게시판에 올린 것처럼 저는 집을 지으면서 황토벽은 해초삶은 물로 코팅했고 벽지대신 한지를 붙였습니다. 그러나 바닥은 강해야 하기때문에 그냥 흙만으로는 도무지 자신이 없어서 황토에 시멘트를 섞어서 썼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시멘트를 적게쓰다보니 강도가 약하여 여기저기 갈라진 모습이 참 볼만하지요 방바닥이 아무리 황토흙이라도 화학물질인 장판으로 덮으면 보람이 없을테니 정말 고민을 많이했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돈 때문에....
그런데 바로 엊그제 접한 새소식은 미국? 에서도 황토집이 유행이고 황토바닥은 아마씨유(油)와 밀랍으로 마감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고 합니다. 아뿔싸!! 밀랍으로 하면 코팅이 되면서 튼튼함까지 얻을수 있는데 양봉농가인 내가 그 생각을 못했다니 내가 가지고 있는 보물을 활용하지 못한 어리석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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