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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5월은 우리의 계절 누가뭐래도 우리 양봉가들이 가장 좋아합니다 드디어 1차지역 아카시아 꽃이 피었습니다
정읍의 봉우들도 대부분 1차지역으로 이동하고 꿀을 기다리는데 저는 아직도 집에서 로얄제리만을 하며 상황을 보고 있으니 후방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듯합니다 이동한 봉우들은 아카시아꿀에 목숨을 걸지만 저는 로얄제리를 생산하여 집에서도 수확을 올릴수 있으므로 선택의 여지가 많은것이지요 꿀이 제대로 나오면 로얄제리 수입에 비교할바가 아니긴 하지만 각자 쌓아온 노하우대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향기로운 꿀을 폭포처럼 쏟아내는 아카시아꽃이 피는 요즘 흥분과 기대감에 사로잡혀있는 수확철이지만 그뒤의 검은 그림자 언제든지 찾아올수 있는 무서운 것이 있는데 그것은 가장 위험하고 치명적인 저온현상입니다 이미 아카시아꽃이 피어있는 서쪽의 경상도지방이 이쪽 전라도보다 기온이 낮은 이상현상이 있으며 당분간 "서고동저"가 계속될것같습니다
이곳에서도 반바지에 반팔티를 입고 호기롭게 일을 시작한 어제아침은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추워지더군요 반바지는 긴바지로, 또 얼마후엔 긴팔옷으로,,또 얼마후엔 양말까지 신고서 그것도 모자라 긴팔옷은 더 두꺼운 옷으로 바뀌었습니다
예상대로 1차지역으로 이동한 양봉농가들의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자네 안오길 참 잘했네" "벌이 포리(파리)만 해졌어" "에이! 괜히왔네" 표현은 여러가지지만 한결같이 꿀이 안나온다는 뜻입니다
비온 직후의 기온은 대개 낮기 마련이고 낮은 기온은 꿀이 쏟아진다 하여도 물꿀...즉 수분이 너무 많은 상태의 꿀을 분비합니다 수분이 많은 꿀은 당도가 얼마나 적은지 맛을 보면 이것이 정말 꿀인지 아니면 물인지 구분하기 힘들정도입니다
이렇게 당도가 적은 꿀이 나오면 참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꽤 들어온듯한 꿀이 하룻밤 지나고나면 대부분 사라져버려 양봉가들을 황당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수분이 모두 증발해버린 것이지요
그러나 그 다음에 벌어지는 사태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봄 철 내내 애써 키웠던 일벌들이 2~3일 후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는 희안한 현상이 생겨 좀 과장하면 이때부터는 양봉농가들의 곡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꿀도 못뜨고 꿀을 따야할 꿀벌이 모조리 없어졌으니......
돌아오지않는 꿀벌들을 원망해봐도 소용이 없고 놀란 가슴을 겨우겨우 진정시키며 남은 벌들을 추스려 정리하는데 대개는 3단벌이 2단벌로 2단벌은 단상으로 내려앉거나 통수를 대폭 줄이는 작업을 해야만 합니다 저온현상때문에 꿀벌이 없어지는것인지 물꿀을 먹고서 꿀벌들의 위장에 무리가 가서 없어지는지 모르지만 저온현상은 작은 곤충인 꿀벌에게 이렇게 무서운결과를 가져옵니다
그 무서운 저온현상이 아카시아꽃이 핀 상황에서 어제부터 시작된 것이지요 이동의 스트레스를 겪지않은 벌은 비교적 피해가 덜하므로 이때는 그저 이동하지않고 저처럼 제자리에서 가만히 숨죽이고 있는 양봉가가 장땡입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지구 대개는 다시한번 저기압이 몰려온후 현재의 기압이 바뀌어야 물러가지만 하루아침에 바뀌어 상황이 역전 될수도 있지요 이때는 저처럼 후방에 있는 봉우들이 탄식을 합니다 "에이...나도 갈걸~~"
꿀을 많이 따려면 막고 품는게 최고입니다 물고기를 잡는 여러 방법중 물고기가 도망가지못하게 둑을 쌓아놓고 그안의 물을 모조리 퍼내면 된다는 뜻의 이 말을 울각시 얼마전에야 이해하였다며 웃는데 제가 더 어이없더군요~~ 어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꿀을 많이 따려고 1차부터 가는 봉우들 불확실한 1차는 포기하고 그 벌 아끼면 2차부터 시작하더라도 벌이 축나지않고 이동비와 인건비가 절약되므로 보충할수 있다는 저....
기후에 따라 울고 웃는, 신 만이 아는 재미있는 직업이 양봉업이군요 어느업종이든 운영의 묘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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