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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안 개구리 > 살며 생각하며

우물안 개구리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07-04-25 18:35:13
조회수
2,164

글제목 : 우물안 개구리
글쓴이 운영자
E-mail
등록일자 2006-12-03
조회수 109

어떤 얘기를 쓰고 싶어서 제목을 이렇게 잡고보니 생각나는게 많습니다
우물......
제가사는 마을에서는 "시얌"이라고 했는데 고향마을에는 몇개의 시얌이 있었습니다
부자집들은 집안에 우물이 있었지만 공동으로 쓰는 우물이 웃뜸에 하나 중간뜸에 하나
그리고 아랫뜸에 하나
적당히 가까운곳의 우물에서 빨래하는 동네아줌마들로 요란한 그 시얌의 역할은
항상 동네의 소식을 주고받는 여인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었을것입니다

나는 물지게를 등에 지고 물동이를 양쪽에 매달고 대여섯번씩 물을 길어날랐습니다
사흘정도 지나면 물항아리가 비어가므로 또 대여섯번씩 길어날라야했습니다
그렇지만 시얌에  제또래는 하나도 안오니 별로 재미있는 일도 아닙니다
비가온다고 눈이 온다고 물을 안쓸수 없습니다
혹시 제사라도 있는 날이면 더욱 많이 길어날라야 합니다

누나가 했던일 형이 이어받았고
형이 서울로 떠난 다음엔 내가 했었고
내가 떠난 자리는 동생이 메웠을것입니다
수백년 전부터 해왔을 그 물긷는 작업은 그렇게 이어졌겠지요

어느날
말썽꾸러기 어린 병수가 힘들여 퍼올려놓은 물동이에 침을 밷고 달아났습니다
병수누나 형옥이가 대신 야단쳐주지 않았으면 그녀석 아마 나한테 잡혀서 혼났을텐데....

또 어느날
변산 가는길의 이모님댁에 놀러갔다가 들판의 돌투성이 밭가운데서 재미있는 시얌을 보았습니다
이 시얌은 우리동네 시얌처럼 크고 육중한 돌로만든 테두리가 없었지만 너무도 깨끗한 물이 손에 잡힐듯 가까이 있는것이 달랐습니다
게다가 너무 맑아서 바닥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그 시얌속에는 무수히 많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으니 호기심 많은 제가 그냥 넘어갈수 없었지요

부랴부랴 이모님집으로 돌아와 대나무를 창처럼 뾰족하게 깎아서 물고기사냥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요
바로 눈앞에서 얼쩡거리는 그 많은 물고기들이 아무리 찔러대도 한마리도 안잡히는 것입니다
그거 참....

두룸박으로 퍼올리는 시얌물을 쓰다가 쬐그만 구멍으로 쏟아지는 수도물을 서울에서 처음보던날
너무 작아서 감질나고 우습다는 생각도 잠시 작아도 계속 쏟아내니 두룸박보다도 훨씬 편하다는것을
곧 느낄수 있었습니다

지금 제가 사는 이곳도 물이 많습니다
산밑의 저수지는 물을 모두 빼내도 위에서 샘솟는 물로 금새 채워집니다
바가지로 그냥 퍼낼수 있는 옹달샘도 있으나 지금은 그물을 먹는 사람이 없습니다
가장 좋은 물은 옹달샘에서 솟아 흘러 내리는 물이라는데.....

우물이 멀었던 규병이네 집에 우물을 파는것을 보는것도 재미있었는데
요즘엔 옛날처럼 우물을 파지않고 시추를 합니다
경운기엔진을 단 시추기는 8미터까지 내려갈수있어  옛날보다 훨씬 수월하게 물을 얻을수 있습니다
파이프를 박고 모터를 설치하여 쏟아지는 물을 펑펑 쓸수 있으니
산에서 흐르는 물이나 지하수를 맘대로 먹을수 있는 나라가 흔하지는 않다고 하는데 저는 복받은 나라에 삽니다

며칠전 양봉자재를 만드는 업체의 사장님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박태준씨보다 더 긴 눈썹을 가진 이분은 자재값이 1년이건 2년이건 밀려도 절대 전화하는 법이 없는 분입니다
미국으로 이민가서 양봉자재 유통업을 하시는 지인이 한국에서 로얄제리를 수입하고 싶다며
국내의 양봉농가를 소개시켜달라고 한답니다
미국으로 불러들여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법도 좋겠다고 한다지만 저는 무지한 인간들이 많은
미국이란 나라엔 가고싶은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거든요

그렇지만 죽기전에 비행기는 한번 타봐야 할테니 제주도는 한번쯤 가봐야 할것 같습니다
해외라고는 왕등도를 비롯한 섬밖에 가본곳이 없으니 어렷을때 보았던 우물안 개구리가 생각납니다
그래도 만족하는 우물안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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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아저씨

2006-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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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 있는 시얌은 둠벙 이라고도 합니다. 일반 둠벙이 흘러오는 물을 가두어서 다시 한쪽으로 흘러가게 한것인데 아주 작은 규모의 저수지랄까...시얌은 둠벙같이 생겼지만 땅속에서 샘솟아 나는 물이 둠벙을 가득 체우고 흘러 나가는 것입니다. 시얌은 샘의 사투리 일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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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200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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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요. 둠벙....
둠벙엔 붕어도 피래미도 빠가사리와 메기 가물치도 많았는데...
둠벙 품는 날은 온동네 잔칫날이었지요

집도없는 밭 한가운데 있는 신기한 샘
너무도 인상적이었지요. 지금까지 선명히 떠오르는 그런 샘을
이젠 더이상 볼수없어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잘 지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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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수

200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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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어렸을땐 동네 공동우물, 그리고 집에는 샘이 있었지요
조금 커서는 집에 우물을 파서 저는 지겔로 물 길어오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여름에 우물에 수박 참외 담궈놨다 시원해지면 꺼내 먹던 기억이 지금도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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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2006-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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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주에 있습니다. 전화드렸더니 전주 출타중이시라고..
방학기간 틈이나시면 온가족 초청하겠습니다. 내집은 아니지만
두가족이 수일 거처할 조용한 집과 먹거리와 이용할 차도 있습니다.
제주에 머무는 동안 불편한 일이 없을 것입니다.
계획을 세워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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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2006-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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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이선님 너무 고마워서 어떻하지요
집과 차까지 있다니 거짓말같은 기회로군요
아직 아이들 방학은 좀 있어야 하니 그동안 좀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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