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게 좋은것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07-12-31 21:34:37
- 조회수
- 3,649
오래되었으니 잊는것도 무리는 아니었나보다
어렸을때의 정지(부엌)모습.....
아궁이와 부뚜막, 그리고 그릇을 씻어 올려놓으면 물이 빠지도록 놓아두는 "살강"
"살강"이라고 하는 말이 표준말인지는 알수 없으나 지금은 쓰지않는 말이 어쩌다 갑자기 생각이 났다
대나무를 쪼개어 엮어놓은 그 위에 얹어 놓았던 그릇들
놋그릇이었을 그릇들은 며칠만 지나도 재가 뿌옇게 내려앉았다
서까래사이에 흙을 바른 천정과 연기로 온통 새까맣던 흙벽
나무로 만든 문은 사이로 바람이 솔솔 들어왔다.
왼쪽엔 커다란 가마솥이 있고 오른쪽엔 좀 작은 무쇠솥이 있었는데
가마솥은 추운겨울 물을 데울때 쓰거나 메주만들때 콩을 삶았고 작은 솥엔 항상밥을 하였던 기억이 난다
솥에 쌀을 씻어넣고 아궁이에 불을 때면 잠시후 끓어서 거품이 가득한 밥물이 넘친다
그럼 때던 불을 멈추고 약 5~10분 후 다시한번 뜸을 들인다
뜸을 들이라고 하는 어머님 말씀은 얼른 부엌에 가서 불을 조금 더 때라는 말이었다
불을 땔때 쓰는 나무 부지땅(부지깽이)은 곧 불이 붙어 횃불이 되었고 얼른 재속에 처박아 불을 꺼야했다.
뒤의 땔나무가 있는 곳으로 불이 옮겨붙을 뻔한 적도 여러번있었던 그때
그렇게 힘들게 지은 밥맛이 어땠는지 잘 생각은 나지않지만 (지금처럼 새하얀 쌀밥이 없었으므로)
보리쌀을 미리 삶아놓았다가 쌀과 섞어서 밥을 짓는것을 보았던 생각은 난다
그때가 벌써 40년이 다 돼가나보다
요즘 우리집에서 플라스틱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안쓰고 있지만 알루미늄 압력밥솥은 쉽게 떼낼수가 없었다
혹시 무쇠로 된 압력밥솥은 없나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도 없어서 그냥 무쇠솥을 샀다
도착한 시커먼 9인용 무쇠솥을 그야말로 갈고 닦고 삶아낸후 불에 달궈 들기름을 발라 길을 들이고(콩기름은 끈적거려서 들기름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밥을 하는데
한번 실패 두번실패 세번실패...
겨우 4번째에 가서야 조금 밥같은 밥이 되었는데 그래도 식구들은 맛이 없다고 싫어한다.
쇠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괜찮던데~~
보온용으로만 사용하는 전기밥솥에 어느땐가 각시가 친정가고 없을때
혼자먹을 밥을 도자기 그릇에 넣은채로 밥솥안에 넣고 보온을 눌러놓으니 전혀 냄새가 안나는 것을 알고서 역시 자연소재가 좋다는 것을 실감할수 있었다
프라스틱 종류인 테프론으로 코팅한 밥솥,후라이팬들....
편하기는 하나 그 편리함 속에 감춰진 알려지거나 알려지지않은 독성과 부작용들은 어찌할까
실내에서 스위치만 누르면 켜지는 냄새도 연기도 없는 파란불
압력밥솥이나 전기밥솥으로 너무 쉽게 밥을 짓는 요즘 무쇠솥에 밥을 해보고서야 알았다
조상님들이 왜 밥을 짓는다고 하였는지....
무쇠솥에 물을 붓지않고 호박고구마 삶아먹는 재미로 대신하고
밥은 포기하였지만 이 눈 녹으면 적당한 크기의 쇠구슬 만들어서 각시에게 선물해야겠다
댓글목록
이덕수님의 댓글
몸에 좋은 일 하기 힘들죠?
운영자님의 댓글
그래서 압력밥솥에 밥할때마다 쇠구슬을 넣을까합니다
철분 보충용으로...ㅋㅋ
덕수님도 쇠구슬밥 한번 드셔보세요~
이덕수님의 댓글
꿀떡하면 큰일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