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옷입은 산야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08-05-12 05:43:56
- 조회수
- 3,469
온산에 아카시아가 만발이다
아카시아나무가 그리 많지않아 해마다 경상도쪽으로 이동해가던 시절이 엊그제같고
지금도 가는 양봉농가들이 많지만
요즘엔 호남지방에도 아카시아나무가 참 많이 늘었다
어제 진안의 산에 갔다오는데
창문너머로 보이는 주변의 산들은
순백의 아카시아꽃으로 참으로 볼만하였다
항상 경상도쪽보다 늦게피던 꽃들이
올해는 거의 비슷하게 피어 올라오고 꿀도 섭섭지않게 나는듯하다
경상도로 꿀따러간 봉우들이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도 들리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쪽은 너무 많은 꿀벌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어 꿀이 모자라는 것은 아닐까....
꽃에 비해 주변에 꽃이 너무 많으면 꿀을 많이 따지못하여 양봉가라면 누구나
꿀벌이 많이 오는곳에 가기를 꺼린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조금이라도 더 꿀이 잘 나오는 곳을 찾아 헤맨다
사람에 따라
자기가 있는 곳이 꿀이 잘나옴에도 별로라고 헛정보를 흘리기도하고
잘 난다고 하였음에도 막상 와보면 원래 있던곳보다 못하는 현상이 생길수도 있으며
양봉가마다 꿀벌의 세력이 다르고 관리법이 다르고
또 그날그날의 온도와 습도가 다르고
초보 양봉가들은 꿀이 잘 난다는 기준이 조금은 애매하여 판단이 서투르기도 하니
양봉업이야말로 경험이 쌓이고 쌓여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수 있는 일이다
모든 상황을 꿰고 있는 경험많은 봉우는 그만큼 많은 꿀을 뜰수도 있는데
예전에는 꿀의 품질보다 양을 따지는 봉우들에게서 생산량이 50드럼을 넘어섰다는
소식도 어렵지않게 들을수 있었다
기온도 낮고 습도도 낮고 바람까지 부는 요즘은 약간 영락없는 가을날씨다
가을날씨도 약간 늦은 가을날씨
덕분에 꽃에 비해 꿀은 좀 적게나지만 이미 꿀을 뜬 봉우들에 의하면
꿀은 더 진하게 나온다고 한다
꽃에서 나오는 꿀속의 많은 수분이 낮은 습도와 바람이 말려버리고 진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세샹의 꽃들이 향기를 잃어간다지만
우리의 아카시아나무는 수없이 많은 꽃송이를 맺고 순백의 꽃을 주렁주렁 늘어뜨려
향기로운 꿀을 제공하고 있으니 우리의 땅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고 있는것일까
올해의 아카시아꽃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옛날처럼 원없이 많이 달린 꽃송이와 싱싱한 꽃상태는 마음놓고 양봉업을 계속할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우리에게 준다
양봉농가에게도 아직 외상값을 모두 회수하지못한 양봉자재 판매상들에게도....
전국이 거의 동시에 피는 현상만 없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곳 두승산주변에도 아카시아꽃이 늘어가니 욕심내는 봉우들이 많다
몇해전 가까운곳에 소군을 가지고 오던 어느 양봉가
우리집과 거리가 좀 가까우니 시비거리가 될수도 있겠지만
가끔 지나가면서 보기만 하고 누구인지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
주변에 꿀벌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갖다놓는 사람도 미안하기는 할것이다
올해는 그사람도 벌통이 100여통이 다 되는 것을 보았다
고개너머 업계의 선배는 시내와 가까워 꽃이 빨리 피며 밀원이 좋아 꿀이 잘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자기집의 벌들을 일부 우리집과 가까운 곳에 옮겨놓았다
흔히 하는 말로 소리소문없이 뒷통수를 치는 격이다
그것도 너무 잘아는 사람이.....
한마디 따끔하게 해주었지만 이런경우는 도저히 정상적인 사고가 아니다
9살이나 적은 나에게 공개석상에서 망신을 당할만한 일이니
나이를 먹어가면 욕심이 생기는 것일까
나이를 먹어가면 욕심을 제어할수 없는 것일까
늙어갈수록 처신을 조심해야 하는것을 알았다
아카시아꽃 향기로
우리의 모든 추함과 욕심마저 덮어 녹여버렸으면
그 더러움들을 다시 아카시아나무가 먹고자라 그렇게 세상이 순환되었으면
댓글목록
새댁님의 댓글
세상살이의 안좋은 모습을 안만나고 살 순 없는걸까요..
운영자님의 댓글
하지만 고통은 우리의 성장을 위해 주어지는 것이랍니다
내앞에 주어지는 모든 고난과 만남들을 지혜로 관찰하며 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