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쟁이는 거짓말쟁이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08-05-26 03:20:54
- 조회수
- 6,769
아카시아는 막바지에 이르고
봉우들은 눈에 불을 켜고 더 늦은 곳을 찾아 헤맨다
위로 위로...더이상 갈수 없는 곳까지
끝까지 올라가면 철책선이 막혀 더이상 갈수없는 곳이 나온다
잠시 전쟁을 쉬고 있는 민간인 출입 통제선 너머의 휴전선
사람은 못넘어도 꿀벌은 자유롭게 넘어서 바람과 햇빛에 사그라질 꽃에서 꿀을 가져온다
날씨만 맞는다면 대한민국 전체에서 하루에 수천드럼의 꿀이 쏟아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될까
위도가 높을수록 기온이 낮아지기도 하지만
바닷가쪽이 기온이 낮으므로 일부는 바닷가를 찾고 더 적극적인 봉우는 꿀벌을 배에 싣고 섬을 찾아간다
5월 한달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아카시아꿀의 생산량 결정 되므로
이때의 양봉가들의 노력은 피눈물이 난다
그 한달동안
제 시간에 잠을 못자고
제때에 세수를 못하고
제때에 밥을 먹을수도 없다
이동양봉 끝나면 더이상 새까매질곳도 없고
더이상 빠질 살도 없다
온몸의 기가 빠지고 마지막엔 뼈가 녹아난다는 것을 예전에 경험하였으니
묵은 암탉한마리 먹고 나은 허리가 증명한다
밖으로 꿀따러 나간 꿀벌들이 모두 벌통안으로 돌아오는 저녁이 되어야 이동이 가능하므로 해질녘이 되면 서서히 짐을 싣기 시작하는데
짐이란것이 벌통 뿐일까
살림살이는 항상 따라간다
천막도 걷어 실어야 하고 이불보따리 반찬과 식기들.....
채밀기와 꿀드럼, 비가오면 덮어야 할 보온덮개
그리고 일부는 작은 냉장고까지....
밧줄을 묶고나면 빠르면 9시 늦으면 12시
무엇을 먹을까 선택의 여지보다 문을 연 식당이 있는 것만으로도 황송하다
저녁내내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여 짐을 푸는 것은 그래도 싣는것보다 쉽지만
문제가 있는 벌통은 항상 있게 마련이고 그 사이로 새어나온 꿀벌들이
쏘아대므로 적응이 안된 화물차 기사들이 질겁을한다
겨우 겨우 벌통을 내려놓고 운임을 주어 화물차를 보내고 나면
이제 천막을 치는 일이 남아있다
피곤한 몸으로 후레쉬를 비쳐가며 치는 천막
지줏대를 준비하고 말뚝을 쇠말뚝을 박아 끈으로 당겨 천막을 친다
침상을 펼치고 그위에 베니어판을 올리고 다시 장판을 깔고...
그새 동쪽하늘이 밝아오지만 할일은 아직도 남아있다
벌통입구를 개방해야하고 울퉁불퉁한 땅때문에 균형이 안맞아 기우뚱 거리는
벌통도 손보고 입구를 가린 풀도 깎아준다
그리고서 한낮에 겨우 눈을 조금 붙이는데 마침 이런걸 사람들에게 들키면
벌쟁이들은 신선놀음이라 한다
이렇게 힘드는 이동양봉
그래도 꿀만 많이 나온다면.....
한번이라도 더 뜰수 있는곳이 있다면....
온몸의 감각을 모두 동원하여 꿀이 많이 나는곳을 찾는다
답사를 해놓고 땅주인과 얘기를 해놓고서도 취소하는 사태가 비일비재
차를 불러놓고 다시 돌려보냈다는 봉우들 얘기는 심심찮게 들었지만
그일이 그저께 저녁 우리에게도 있었다
강화도에 자리를 잡아놓고 미루고 있다가 홍성으로 오라는 선배님의 얘기를 듣고 준비를 하였는데 일이 자꾸만 꼬인다
맑은 날이었는데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고 비까지 내린다
신께서 나를 돌볼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라
이 비가 보통으로 받아들여지지않는데 선배님과의 재차 전화통화후 이동은 더욱
회의적이 되었다
조금만 잘못하면 로얄제리를 계속하지못하는 상황이 올수도 있을것같다
화물차는 도착해있는데 너무 머리가 아파 각시에게 판단을 미뤘더니
각시도 나와 같은 생각이다
전주에서 온 화물차 사정이야기를 하고 기름값 3만원을 주고 돌려보냈으니
우리도 화물차까지 불러놓고 이동을 취소한 기록을 남기게되었다....^^
전주 근교
어느 스님이 수행을 하시는 암자에 딸린 작은 밭에 놓기로 하였다가 취소하고
강화도로 가기로 하였다가 취소하고, 홍성으로 가기로 하였다가 취소하고...
아카시아 철이면 이런 거짓말이 전국에서 횡행하니
벌쟁이는 거짓말쟁이~~
댓글목록
마늘사랑~님의 댓글
힘내세요.
운영자님의 댓글
부랴부랴 도랑치고 물빼느라 로얄제리 작업이 한시간도 더 늦어졌습니다
그래도 우린 이때만 넘어가면 곧 집으로 옮기니 곧 편한 시절 온답니다~
이덕수님의 댓글
아직 경험 미천하여 그정도의 고행은 없었지만
저도 금년으로 두번째 장거리 이동을 해보니 날씨에 따라 참으로 머리가 복잡해 짐을 느꼈습니다.
취소, 취소, 취소
아쉬움 , 아쉬움, 아쉬움, 몇일만 더 남아있다 올걸......
도착지는 썰렁한 밤 날씨가 계속 이어집니다.
글 호반농원 자유게시판에 소개하고 싶은데요.
운영자님의 댓글
정말이지 이동양봉은 너무 힘이들지요
아카시아 철에 올해처럼 낮은 기온으로 고생하던때도 없었습니다
덕수님께서도 올해는 될수있는 한 남부지방에서 늦게 올라가야 했는데
그걸 미리 알수가 없으니...ㅎㅎ
저는 힘들게 눌러앉은 이곳이 정말 괜찮은 곳이로군요
어제의 채밀까지 두번을 떴는데 앞으로 밤꿀이 피기전에 한번이 더 가능할것 같으니
한자리에서 4번이 가능한 곳입니다
정읍의 새로운 가치를 찾은 해로군요
일등공신은 남부지방에 많은 때죽나무지만 그 외에도 이름모를 야생화꿀이 잘 들어오니 남부지방의 산이 중북부지방의 산보다 더욱 풍요로운 것은 사실이네요~
권성경님의 댓글
저역시 그러하고...필요할때마다 사먹을줄만 알았지 이렇게 많은 어려움과 갈등이
있는줄은...담부터는 더 큰 고마움으로 먹을것같네요^^
전 농부의 딸인지라 쌀한톨도 참 귀하게 여기며 살았는데...ㅎㅎㅎ
올해는 노력하고 애쓰신만큼 흡족한 결과이길 바랍니다~
참 자신의 맘속에 욕심을 버리고 아주 조금 남는 아쉬움은 좀더 나은 내일을 기약하는
발전의 씨앗 아닐까요?
운영자님의 댓글
우리 벌쟁이들은 불과 며칠새에 너무 많은 결정을 해야하고
그 결정에 따라 다른 봉우들과 비교되고 차이가 날수밖에 없으니
더욱 어렵습니다
벌쟁이들 알고보면 무지 불쌍해요~~^^
그래도 올해부터 장거리 이동하지않고 정읍에서만 이동해도 되는 방법을 찾았으니
내년부터는 훨씬 수월할것입니다
알고보니 정읍에 보물이 있었네요
자유인님의 댓글
그러나 꿀벌의 날개에라도 매달려 열심히 삶을 꾸려나가시는 동신님 가정에 늘 행운이 같이 할 것입니다.
화이팅~~~
운영자님의 댓글
꿀벌의 날개에 매달리자니 너무 작고 가냘퍼서 항상 위태위태 하군요~
행운을 빌어주시니 고맙고 감사합니다
자유인님께서도 하루빨리 좋은 날 맞으시기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