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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경중이 > 살며 생각하며

친구 경중이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08-07-27 06:28:22
조회수
2,894

경중이는  초등학교 동창입니다
키는 컸는데 애들이 바보라고 엄청 놀리고 때리고 그랬습니다
어느누구에게도 이기기를 포기하고 항상 당하고만 살았던 경중이......
그 친구를 초등학교 졸업후 재작년쯤 처음 만났습니다

올해도 우리집 꿀벌 비가림시설을 새로 짓는데 역시 초등학교 친구인 성준이를 따라서 일을 하러왔습니다
성준이는 우리집을 지어준 친구로서 머리도 좋고 기술이 좋은데 경중이는 생각하는 것이 싫어서 기술은 아예 익힐생각이 없고 몸으로 때우는 뒷일만 해준답니다

아침일찍 일을 하러 도착한 그친구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손을 내미니 모른척 외면하더군요
쫓아가서 손을 잡으며 "야 너, 나 모르냐? 재작년에도 만났잖아?"
"그랬나? 기억이 없는데 누구신지...."
참 어이가 없더군요
원래 바보인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재작년엔 옛날 이야기를 잘도 했는데 벌써 잊다니...

그래도 우리는 초등학교 동창~
허물없이 이런저런 말을 하는데 이녀석 갑자기 하는말
"당신 나알어? 왜 반말을 하고 그래?"
" 너 정말 나모르냐? 우리는 초등학교 동창이라니까!"
답답해 소리치는 나에게 다시 하는말
"난 환갑이 넘었는데 그래도 반말하면 안되지"
허참....난 아직 50도 안됐는데 자기는 환갑이 넘었다니....

하지만 초등학교때부터 키도 컸고 당시에는 학교를 늦게 들어와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이리저리 아무리 물어봐도 정말로 자기는 저를 모르고 60이 넘었답니다
입장이 난처해서 성준이에게 물어보니 웃기만 하고....

일은 부지런히 하는데 나무를 주변에 있는 어린나무를 조심하라는 말을 무시하고
그위에 칡넝쿨 철거잔해물들을 쌓아버립니다
부랴부랴 치우면서 다시한번 얘기해도 이번엔 그옆에 있는 뽕나무에....

거의 하루가 다 지나서야 정상으로 돌아온 친구
각시는 바람이 나서 나갔지만 자기는 혼자서 사는게 너무 너무 좋다고 합니다
"난 바보였지...하지만 옛날의 경중이가 아니야"
한참동안 나를 쏘아보기도 하더니 갑자기 벙어리 흉내를 냅니다
오늘아침도 그렇게 해서 한사람을 골탕먹였다는 친구
순간 느낄수 있는 것은 이 녀석은 눈에 비치는 모든것들을  불신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너 그러면 혼난다, 나중에 벌받게 될걸"
그런 행동을 할때마다 말해주니 나중에는 조금 진지해지는듯도 하더군요
일할때가 가장 좋고 너무 쉬운일은 몸이 근질거려서 싫다는 친구
부추를 뜯어 씹으며 "어렸을때 너무 많이 굶어서 이런거 많이 먹었는데 이거 아주 좋은거야. 난 주로 생식을 해"
그러면서 양파도 껍질을 벗기더니 그냥 먹습니다
참....저보다 더 대단한 인간도 있더군요~~

작년에는 얼마나 일을 많이 했는지 단 3일을 쉬었다며 그렇게 일하는것이 노는것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그의 말에 "맨날 일만하면 무슨재미야? 친구들이랑 놀고 즐기면서도 살아봐라"
"난 친구도 없어"
"그건 네탓이지"
또 아무말도 안합니다

같이 일하는 동안 그친구의 세상을 보는 눈을 조금이나마 바꿔주려고 노력했지만 
시간은 겨우 4일....
이제는 저를 놀리지않고 진지하게 대해주더군요
그것도 성과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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