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후기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09-02-24 22:27:41
- 조회수
- 4,491
그곳은 정읍에서도 이름난 산골, 때죽나무가 많은곳
그러나 재래종 꿀벌들이 많아 작년에는 반대쪽 산너머에 꿀벌을 놓고 꿀을 빼먹은 곳이다
바로 그곳에 더구나 도로변에 있는 밭이 경매에 나오다니....
처음 보았던 상황은 490평의 밭, 감정가 8,085,000원
1차 유찰되어 30%가 내린 최저가 5,660,000원
현장답사를 포함하여 모든 서류 떼보고 경험자에게 묻고 물어 입찰해보려다가
하루전날 포기한 것이 한달전
그런데 며칠전 눈이 번쩍 띄었다
그동안 안보이던 이 물건이 내눈앞에 다시 나타난거다
거기에 30%가 더 내린 최저가 3,962,000원이 되어....
어라? 이것봐라, 아무래도 얘가 나랑 친해보고 싶은가봐~
그날로 다시한번 현장으로 찾아가 이번엔 눈녹은 땅을 직접 거닐며 확인해보니
크지는 않지만 냇물까지 접해있었다
누런 황소를 원하는 곳으로 몰아넣은 새벽의 꿈은 아마 이꿈이지 않을까....
경매날 아침
초보자 티안내려 일찌감치 가서 분위기 파악중인데
한참을 기다려도 사람은 더 늘지않고 바깥이 더 소란하다
경매는 경매계 사무실에서 하는게 아니고 경매법정에서 하는것을 나중에야 눈치챌수 있었다~
10시가 되자 판사2명과 보조? 2명
입찰서 쓰는 방법을 일일이 설명한다
그리 어려운것도 없는데 꽤나 장황하기도 하네....^^
입찰서에 사건번호와 물건번호, 나의 인적사항
이 물건에 응찰하는 사람은 몇이나될까?
최저가는 3,962,000원
400만원대는 누구나 다 쓸수있는 가격이겠고 욕심내는 사람이 나말고도 또 있다면 그는 아마 500은 쓰지않을까....
아니야
그도 500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10만원 정도는 더 쓰겠지
만약 이것을 못받고 내가 사려한다면 그땐 100만원 더준다고해도 살수 있는게 아니지
그래 이왕 입찰보는거 그동안 투자한 시간도 있는데 꼭 낙찰을 받자
513만원
아냐! 그건 너무 비싼거야
그보다 50만원정도 줄인 472만원만 써도 될것같은데??
머리속을 떠나지않는 숫자 두개를 가지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30여분을 소비하고
그냥 쓰기로 했다
내게 꼭 필요하니 큰 쪽으로....
봉투를 갖다주니 보증금봉투는 큰봉투 안에 넣으라며 정색을 한다
연세지긋하신 그 옆의 판사님은 큰 봉투를 가리키며 거기에도 사건번호와 이름을 쓰라하신다
그렇게 쉬운걸 빼먹다니~ㅎㅎ
따뜻한 눈빛에 그분의 과거가 묻어나왔다
어느덧 경매장은 꽉 들어차고 후끈후끈 열기가 느껴진다
벽시계가 11시 반을 가리키니 그 시계는 조금 늦다며 핸드폰시계로 한단다
이때 다급히 들어온 어느 아저씨
입찰서 3장을 달라하여 작성을 하는데 판사님은 시간 다되었으니 서두르라고 재촉하지만 불과 1분 남았던데 그게 어디 쉬운가
입찰함에 넣으려는 바로 그순간
"마감되었습니다"
그래도 넣으려 하는 그 아저씨를 보고 판사님 하시는 말"경쟁자가 있습니다"
그분은 얼굴을 붉히고 그냥 나가버렸다
참~재미있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ㅎㅎ
투명한 입찰함을 판사님과 보조? 들이 쏟아놓고 정리를 하는데
지켜보는 눈이 너무많아 부정의 여지란 끼어들래야 끼일수 없는 자리
그많은 입찰봉투를 금새 정리하여 관련사건 서류 사이사이에 끼워넣는다
그러는중 내가 응찰한 사건번호를 부르며 봉투를 세는데 장장 6장이나 되는것을 보고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젠장, 저땅에 욕심내는 사람들이 왜저리 많은거야? 더 써야했나?
정리를 마치고 하나하나 낙찰자를 발표하는데 대부분 응찰자는 두어명....
드디어 내가 응찰한 물건에서 이름을 부르는데 5명이 불려나가고
내이름은 맨 나중에 불리워졌다.
너무 떨지마, 내가 될거야
하늘님의 뜻을 알고 있잖아...내가 되지않을 이유가 없어
물건이 2개이니 한개당 3명...
경쟁이 그리 센것만은 아니야
입찰서를 꺼내는데 내것을 가장 위로 올려놓는다
아마 높은 순서대로 놓을것이다
차순위는 430여만원을 쓴것같았다
내가 너무많이 썼군~아깝다
예상대로 1번물건은 나에게 낙찰
"김동신씨에게 513만원에 낙찰되었습니다"
판사가 내이름을 부르는거
옛날 청소년시절, 친구들 싸움에 휘말려 2심재판까지 받고 (8개월이나 살았다....^^)
서울살면서 식당에서 잠깐 점심먹고 나오니 포니승용차 레카차가 끌어가고 벌금선고 받고
시골에서는 홈페이지를 감시하는 식파라치에 걸려 판사가 이름 불러준 이래 처음이었다
밸리댄스학원에 가있는 마눌을 불러 당장 현장으로 갔다
이제 내땅이니 누가봐도 상관없다
주변 경치도 좀 보고 사진도 좀 찍고...
내년엔 집에서 꿀을 뜬 후 이곳에서 또 뜨고
그리고 마지막에 진안으로 가서 때죽나무꿀과 야생화꿀을 뜨고 로얄제리를 실컷 하게될거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산골 면사무소에 들러 농지 취득자격 증명원을 떼고
이전 주인을 찾아갔다
채무자는 여섯이나 되는 자녀들 가르치다가 빚이 많아져 결국 산이며 논밭이 그렇게 날아가고 할아버지는 작년에 돌아가시고 할머니만 남아있는집
할머니를 보고 인사를 드리는것이 그분의 재산을 인수한 나의 도리라고 생각되었다
"그거 우리가 받으려고 했는데 받아가면 어떻해요?"
아마 오늘 입찰한 사람중에 누군가 있었나보다
배고파 죽겠다는 마눌을 데리고 단골 중국집에 갔는데
마침 한가한 시간이라 외출중
할수없이 다른집으로 갔더니 아이구 내가 미쳐~
어떻게 중국집에서도 msg를 쓴댜???
집으로 돌아와 마눌에게 물었다
"당신 엊그제 나한테 사라는 꿈은 뭐야?"
입찰전날 마눌도 좋은 꿈을 꾸었다며 나에게 2만원을 주고사가라 하기에
"나랑 이혼할래? 부부간에 무슨 꿈을 사고팔아? 당신꿈이 내꿈이지"
유재석이 꿈을 꿨어, 유재석이가 자꾸 날 쫓아 다니기에 몇번이나 피했는데 나중에 또 쫓아와서 마구 마구 웃으면서 "좋은일 있을겁니다, 좋은 일 있을겁니다" 그러잖아~"
평당 10469원에 낙찰이군요
나는 나는 산이 좋아라~
댓글목록
정서룡님의 댓글
운영자님의 댓글
퇴비도 쓰지못하는 오리지날 유기농업이 되겠습니다~
구실삼아서 운동겸 하시면 건강에도 도움되겠지요
그런데 저도 촌에 살지만 농사는 너무 힘들어요
요즘 농촌일은 기계가 하는일 외에는 거의 대부분 5~60대 아줌마들이 하는데
그분들 물러나면 어떻게 될지....
감사합니다~
신미령님의 댓글
항시 희망과 밝음을 마눌에게 강조하는 말이겠지요.
꿈은 있으되 항시 실탄이 말썽입니다.
진심으로 축하를 크게 보냅니다.
운영자님의 댓글
미령님댁도 좋은곳으로 마련하시길 빌어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