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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시간아 > 살며 생각하며

그리운 시간아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0-03-21 22:18:58
조회수
3,518

고흥군 과역면
낯선마을 논에 꿀벌을 배치하고  논바닥에 천막치고 살았던 어느해 이른봄
각시와 나 정우와 주명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을 잤지만 그래도 코는 너무 시리웠고
마을의 빈집으로 들어가 부엌에 불을 때고 살았던 조금 나아진 다음해 봄
4~5세 된 정우는 아빠가 모닥불에  구워주는 꿀벌유충을 마을의 아이들과 어울려 맛있게도 찾아먹었다

어느날
아직 말을 못하는 둘째는 팔을 늘어뜨리고 울기만 하여
고흥읍내로 읍내로 트럭을 달리지만 그날은 일요일
물어 물어 찾아낸 그곳은 허름한 체육관이었고 
순식간에 빠진 팔을 맞춘 관장님은 얼마냐고 묻는 가난한 양봉가에게 웃으면서  사양하였던  고흥
지금껏 마음의 빚으로 남아있지만 20여년이 다된 지금은 더욱  찾기 힘들것이다

2시간 반을 꼬박 달려 도착한 고흥반도 입구의 기사식당
고흥은 꼬막이 많이 나오는 곳이었고 데친 꼬막의 맛은 그때 알았다
과역 장날에 마눌이 사다 무친 파래는 왜 그리 맛이 없었을까
그건 파래가 아니고 국을 끓여먹는  매생이였다는 것을 식객덕분에 알수 있었다

항상 햇볕이 그리웠던때
근처에서 꿀벌을 기르던 할아버지댁은  타지에서 온 양봉가들의 아지트였고
놀러온 우리에게 커피를 대접하는것은 할머니의 낙이신듯 하였다
아마 지금쯤 두분다 돌아 가셨을것이다

바람은 차가우나 따뜻한 햇볕.....
오늘같은 날씨면 불현듯 생각나는 그때
구린내는  나지만 넘치도록 많은 꿀과 꽃가루를 내어 꿀벌이 광분하는  3월의 가시래기꽃
우리가 도착하는 날
미리 불을 때주던 마을의 할머니
허름한 집한채와 밭한뙈기를 그토록 원했던 곳

고분고분했던 각시, 품안의 아이들
누구하나 떼어놓지 못하고 함께 움직여야만 했던 그때
그 햇볕이 미치도록 그리워
고흥의  항공사진 띄워놓고 아무리 헤메어봐도
그때는 갈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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