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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섬에서 > 살며 생각하며

낯선 섬에서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0-04-15 08:50:08
조회수
3,430

벌쟁이는 꽃에 미친다
다른벌이 없어 독밀원이라고 하면 더욱 미친다
그중에서도 두승산의 촌놈은 문명의 흔적이 없는 곳을 보면  이성을 잃는다

그섬에 관한 소식은 작년부터 들었는데 50이 넘은 그 총각에게서였다
빌어먹을 그 총각은  10여년전 내가 이쁜 아줌씨 소개시켜준다고 할때 얼른 잡았어야 하는데 튕기더니만 아직도 꿀벌을 애인삼아  천막이며 컨테이너며 전국을 헤매고 다닌다
"그 아줌마  소개시켜줘"
"형님도 참, 맨날 그자리에 있나? 이젠 늦었수다"

봄벌을 키우고 있는 그 섬에  골짝골짝마다 때죽나무가 많다며 아카시아를 포기하고 나오지않으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꿀벌경력은 나보다 많지만 때죽나무꿀에 관해서는 나처럼 아는 벌쟁이도 드문게 현실이니...
그러나 아카시아를 포기하는게 쉬운가?
육지에서 꿀이 난다는 소식을 듣고 벌을 싣고 나왔지만 작년엔 전국의 아카시아가 흉년....
그 섬엔 다른벌도 없으니 그 많은 때죽나무꿀은 그냥 비에, 바람에 씻겨버렸을것이다

며칠전 후배의 벌을 사주러 해남에 가는길에 그총각형님을 만나 그 얘기를 다시 들었고
나는 내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로 하였다
마눌과 함께 새벽부터 서둘러 고흥으로 가서 그섬으로 갔다
섬이 넓으니 차도 배에 싣고....

90040_DSC00159.JPG

산벚이 만개한 가운데 진달래와 가시래기,포구에서부터 때죽나무가 눈에 띄는게 반할만 하고
상당히 큰 섬인데도 인적이 드물어  전체적으로 아늑하여 좋았다
1차 합격!
산이 높으니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도 많고  때죽나무는 충분할만큼 있으므로 2차 합격!
골짝골짝 구석구석 하루종일 헤매다가 원래 마음에 두었던 그 마을을 찾아 벌통을 배치하기 좋은 곳을 찾았는데 주민들에게 물으니 아래에서 올라오는 바람에 매실농사도 안된다고 한다
나침반을 보니 이게 왠일인가?
북향이었다
항공사진을 보며 등고선까지 충분히 검토를 하였는데 왜 북향을 남향으로 착각하였을까

모험은 댓가를 치뤄야 할테고
포기하기는 아깝고
계륵같은 섬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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