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대문을 나서는데 새로 지은지 3년 밖에 안되는 바로 옆집이 이사차를 불러서
집안살림살이를 실는 것을 봤습니다. 결국 못버티고 가는구나 싶더군요.
연건축면적 100평 정도 되는 3층 집인데, 이야기 듣기로는 건축비가 평당 900만원 정도
들었다고 합니다. 단열을 위해서 수입 창호를 많이 썼고, 창호만 집값의 1/3 정도 된다고.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올 때, 참으로 집이 심란했습니다. 낡아서 손
볼 곳이 많았죠. 30년된 옛날 집. 집을 보면 한숨이 나왔는데, 넓다란 마당을 보면 미소
지어지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집 알아보면서 주변 집들 구경 다닐 때,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새집을 짓고 있는 동네
이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집을 상당히 호화스럽게 짓고 있는 중이었죠. 그 분이 제가
들어가 살 헌집 부시고 새로 짓는게 낫지 않냐고 하였습니다. 싸게 평당 300 정도 들여서
50평 정도로 새로 짓는게 훨씬 낫지 않겠냐면서요. 하지만, 저는 집이야 클 필요가 없고
마당이 넓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새집 짓지 않고(그럴 돈도 없었고) 리모델링
해서 들어갔습니다. (사실, 전문시공업자가 아닌 이상, 개인이 집을 지어서 평당 300
이하로 그럴듯한 집을 짓는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건축주가 직접 직영으로 공사를 한다고
해도 어렵습니다. 업자들 상대하다보면 건축비 두배로 증가하는 것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있습니다.)
동네 이웃분 새 집 다 지어지고 1년 쯤 지났을까요..어느날 지나가는데 이삿집차가 와서
다 빼서 실고 있더군요. 집짓는데 너무 무리했던거죠. 그 전부터 뭔가 좀 힘들어보인다
싶었는데, 그 와중에도 벤츠S클라스는 안팔고 계속 타더군요.
어렵게 온갖 마음고생해가면서 있는돈 없는돈 사방에서 대출받아가면서 새집 짓고 살더라도
그 집 다시 중고로 팔 때에는 건축비 못건집니다. 그냥 고스란히 날라가는거죠.
그런데도,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분들은 있는 중고집 알아보기 보다는 자기들
취향에 맞는 새집 짓기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제 주변 분들 중에도 있고요.
평생 살 것처럼 집을 짓지만, 사람이 살다보면 여러 변수들이 생겨서 이사 다닐 경우가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자식들 다 학교 가거나 출가하면 큰 집이 부담스러워지도 하고
집을 줄여서 생활비와 여러 비용들을 마련해야할 일도 분명히 생기죠.
어제 밤에 마당의 캠핑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쉬면서 마당의 진한 풀향기와 나무향기를
즐기고 있는데, 옆의 3층집 위의 옥상 발코니에서 집주인 아주머니가 나와서 주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더군요.. 오늘 아침에 이삿짐차를 보니 아마도 어제 밤에 많은 회상과 번민 속에서 마지막 주변 풍경을 바라봤던 것 같습니다.
집도 물건이죠. 물건에 대한 지나친 소유욕은 결국 화를 불러오는 것 같습니다.
잘 쓰고 돌려준다는 생각으로 집을 알아보는 것이 낫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제로에너지하우스. 여기에 대한 환상을 많이들 가지고 있더군요.
이게 사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겁니다. 단열을 위해서 건축비와 마케팅비가 엄청나게~
들어가죠. 저도 집 리모델링하기 전에 계산기를 두드려봤습니다. 사는 기간 대비, 들어가는
비용 총액을 따져보면 굳이 고가의 수입창호와 태양광패널, 제로어쩌구~ 아니어도 됩니다.
창호는 국산 이중창이면 충분합니다. 태양광도 업체 도산하고 AS 불안하고 집 미관 해치는
것 고려하면 해서 그렇게 좋은 것도 없죠.
댓글목록
운영자님의 댓글
교훈은 아픔속에서 얻어지는것이니 그 사건으로 인해서 뭔가 배움이 있었겠지요.
우리처럼 처음부터 맨손으로 시작한 사람들은 낭비라는 것을 모를텐데 처음부터 부자였던 사람들은....
어제 이웃폐가 사놓은것을 헐어내고 평탄작업을 했습니다.
토담집을 헐면 먼지가 엄청 나는데 비가 온김에 꼭 해야한다는 포클기사의 말...
역시 옛날집들은 모두 다 자연으로 되돌릴수 있으니 너무 좋더군요.
저도 태양광이니 뭐니 전화 많이 오는데 같은 이유로 거절한답니다.
계속 효율좋은 패널이 개발될텐데 지금의 기술로 만든것에 올인할 필요도 없고..
수명은 물론 태풍에 날아가버릴수도 있고...
우리마을 후배 욕심많게 창고까지 일부러 지어가며 태양광 발전소 대출받아 짓는거보면 걱정이 앞서네요...
항상 감사합니다~
이루아빠님의 댓글
벌집아씨님의 댓글
지금도 가끔 이웃집에 사시던 돌아가신분 이야기를 합니다. 그분들이 우리가 밭에서 늦게오면 아이들 데려다 밥도 챙겨먹이고 봐주기도하고 그랬거든요.
같이 인사하며 웃을수있는 이웃이 오셧으면 좋겠네요
이루아빠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