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나무 심기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8-04-06 06:22:16
- 조회수
- 5,564
벚꽃이 피면 꿀벌이 뒤집어진다.
뒤집어진다는 표현은 꿀과 화분을 배불리 먹은 꿀벌들이 폭풍성장하는것을 흔히 말하는 양봉인들의 표현인데 이때쯤이면 날씨도 온화하여 꿀벌들이 활동하기에 최상의 조건이 갖춰지므로 겨우내 줄어들고 움츠려들었던 꿀벌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벌통이 가득차게 되고 자연스럽게 2층을 올려주게 되는것이다.
집에도 마을에도 도로에도 산에도....
매화, 왕벚, 산벚들이 뒤덮은 이시기에 꿀벌들은 내 세상이라고 활개치는것이니
주인은 덩달아 마음이 바쁘다.
엊그제 택배로 받은 밀월수가 아직도 100여그루 이상...
양봉조합에서 지원받은 밀원수...
심어야지...
비가오더라도 심어야지...
잠깐씩 그친 틈을 타서 산으로 가는데...
최근 벌목한 산의 빈 공간들은 밀원식물을 심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내산은 물론이고 남의 산도 가리지않고 닥치는대로 나무를 심는것이 내 꿀벌들과 나와...
누군가 계속하게될 이지역의 벌쟁이에게 도움이 될 나무.
아카시아는 잡목이라고 여기는 인식들이 아직도 많아 산주는 좋아하지 않겠지만 제대로 가꾸지않는다면 아카시아뿐 아니고 그 어떤 잡목이라도 대신 들어차게될테고 이왕이면 목재가치 좋고 잘 자라고 꿀도 많이 나오는 나무가 좋지 않은가...
왼손에는 나무가 든 포대자루
오른손에는 삽을 들고 오른 산...
북향이라서인지 흙이 많다.
간간이 내린비에 촉촉한 흙에 삽질은 너무도 수월하다.
그저 발로 삽을 한번 콱 밟고서 그 사이로 묘목을 집어 놓고 밟아주면 끝...
추울까봐 입고온 겉옷이 금새 거추장스러워 허리에 묶었다.
그래도 덥다.
다시 비도 내린다.
아직 절반이나 남았는데...
부득이 후퇴...
3일날 이충한 왕은 잘 자라고 있는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곧 교미상을 준비하면 될것이고..
그 보다 먼저 계상을 올리는것이 급하고...
몇시간 후
잠시 멈칫한 사이를 이용해 다시 산으로 올랐다.
거의 다 심을 무렵 다시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머리에서 물은 떨어지고
이어서 등이 젖어온다.
거울에 비친 머리가 물에 빠진 새앙쥐같다.
젖은 옷들은 세탁기에 넣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너무도 쾌적한 기분...
그래...
집에는 쌀맞지만 같이 밥을 먹을수 있는 마눌이 있지....
"당신 떡갈나무 알아?"
"그럼 내가 그걸 모를까봐..."
"당신이 어떻게 그 나무를 다 알아?"
" 나 촌년이야, 어렸을때 비가 오면 그 나뭇잎이나 오동나무 잎을 따서 머리에 쓰고 비를 피했거든."
"그래 맞아, 그 나무가 참나무류중에서 가장 잎이 넓거든, 나무도 굵게 자라서 어렸을때 우리마을 떡갈나무 고목에 말벌집이 있는데 말벌집 건드려서 한방 쏘여서 눈이 퉁퉁 부었었지..
그 나무가 어머님 산소주변에 많이 있잖아...백양사 들어가는 입구에도 커다란 떡갈나무들이 줄지어있는데 그거 너무 좋더라."
"응, 그거 원래 큰 나무야"
"그거 우리 마당에도 심었지, 그거 말고도 산수유 3그루 왕벚나무 3그루도 심었지..."
2018년, 벌쟁이의 식목일..
하루종일 비가왔지만 오늘도 난 나무를 심었다~~
댓글목록
임인택님의 댓글
운영자님의 댓글
심어볼까 하다가 포기했지요.
2붕장에는 상수리나무는 안보이고 굴참나무가 많더군요.
그것이 굴참나무이고 너와집 지붕용으로 썼다는것은 가평 산골짜기에서 출신인 울 장모님께 들었습니다.
저는 아마도 코르크마개로 쓰는 참나무껍질이 아닐까 했거든요.
껍질이 두껍고 말끔하게 벗겨지는게 과연 기왓장용으로도 쓸만했습니다.
그런데 그 나무는 껍질을 벗겨내도 다시 재생된다고 합니다.
느릅나무껍질이 재생되는것은 제 눈으로 확인했는데 굴참나무도 그렇다니 신기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