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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길이 각시 이야기 > 살며 생각하며

중길이 각시 이야기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07-04-23 22:28:27
조회수
2,404

글제목 : 중길이 각시 이야기
글쓴이 운영자
E-mail
등록일자 2004-09-26
조회수 19

등록일자 2003/01/05
조회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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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눈
어제는 하루종일 눈보라,저녁부터는 함박눈으로 바뀌더니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온천지가 눈무게를 이기지 못할정도로
많이 왔습니다

저야 뭐......
이 한겨울에 눈이 오거나 비가오거나 별 상관없지요
양봉이라는것이 보통의 벼농사처럼 봄부터 가을까지 일이 끝나면
겨울은 그저 푹 쉬는 계절이니 이맛에 시골살거든요

여기저기서 들어온 고구마
그리고 몇박스 더사놓은 노랑고구마를
참참이 쪄먹는데 애들이 훨씬 더 좋아합니다
대개의 도시 아이들이 밥을 안먹어 골치라고 하는데 우리 애들은
때가 조금만 지나면 밥달라고 아우성이고,밥수저 놓자마자 고구마 쪄먹자고
난리니 도대체 도시애들이 이해가 안되지요

겨울에 먹는것은 물고구마가 맛이있는데 요즘엔 입이 다들 고급이 되어선지
노랑고구마를 많이 심습니다
여름엔 분명 밤고구마였는데 겨울이 되면 물고구마로 변하는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그리 싫지는 않습니다
겨울엔 분명 밤고구마보다 몰랑몰랑하고 달착지근한 물고구마가 더 맛있거든요

기름보일러가 가동될때는 그렇지않지만
나무보일러를 피우면 그 열기로 인해 안이 후끈후끈 하니
계단밑에 만들어놓은 보일러실에 자주가서 시간을 보내는데
찬바람이 이는 창고안보다 애들을 피해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 좋습니다

나무보일러속에 고구마를 넣어두면 빨리 익어 좋지요
조금만 늦게 꺼내면 껍질이 타버려서 먹을게 별로 없어질만큼
나무 보일러는 화력이 좋습니다
실컷 먹고 한겨울에 새끼를 낳아 고생이 많을 흰둥이도 좀 주고
고구마는 갈수록 시골에선 없어선 안될 간식거리가 되고 있는데
아마도 과자를 비롯한 가공식품들은 먹고나면 밥생각이 없어지는데 반해
고구마는 그렇지않은것 같습니다

앞에 보이는 두승산의 나무들이 온통 하얗게 눈을 이고 있는것을 보면
토끼나 노루를 잡아보고픈 마음이 생깁니다
예전에 두승산에 있는 금광에 다닐때 같이 일하던 동료중에
임실이 고향인 사람이 있었는데 올가미를 놓아 토끼를 아주 잘잡았습니다
혼자서 산에 다니며 한겨울에 수십마리의 산토끼를 잡는다고 합니다
노루도 많은데 재수가 없다며 싫어하더군요

눈이 오면 시골에서는 왠지 이렇게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것같습니다
어차피 밖에 나갈수가 없으니 모든것을 포기해야 하고 할수있는것은
장화신고 산을 헤메는것밖에 없을테니,그리고 덕분에 고깃점이라도 먹을수
있다면 그 재미도 보통은 아닐것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하지만 살생을 하면 안좋다는 생각이 언제부터인가 들면서 지금은
그 좋아하던 공기총도 사용하지않고 있지요

이렇게 눈이 많이오니 어렷을적 한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시골의 우리집 작은방에는 언제부터인가 "중길이 각시"라고 하는 여자가 살고있었지요

언제부터 같이 살게 되었는지 자세히 생각은 잘 안나는데
서너살 되는 딸을 데리고 언제인가 보면 나가고 또 한겨울 눈이 내리는
어느날이면 들어와 살고를 반복했지요

"중길이"는 초상이라던가 기타 동네에 큰일이 생기면 어느곳에서 소문을
들었는지 나타나는 중년의 사나이였는데 바로 그의 각시라고 합니다
근데 중길이 각시는 딸과함께 울 작은방에 사는데 한번도 중길이랑 같이 있는것은 본적이 없으니 그것이 좀 이상합니다

울 작은 방에 살던 중길이 각시도 아마 그런곳을 떠도는지
가끔 어느집 잔치집에서 얻어왔는지 어린 우리에게 한과며 콩으로 만든
강정같은 것들을 가져왔고 나와 동생은 맛있게 받아먹었는데 위의 형은
그거 받아먹는다고 눈치를 하였습니다

항상 꾀죄죄한 옷차림으로 딸을 등에 없고 다녔는데
아마 더럽다는 뜻인듯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우리 둘이서라도 그것을 맛있게
받아먹지않았다면 중길이 각시는 너무 실망하였겠지요

그러던 어느날
어머님께서 작은방 문을 잠가버렸습니다
어린딸과 함께 돌아온 중길이 각시는 결국 어디론가 떠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어느정도 철이 들었을때 어머님께 중길이 각시에 대해서 물었지요

어이없기도 하고 재미있는 대답을 들었는데
중길이는 옛날 증조? 고조? 할머니가 시집을 올때 데려온 종의 아들이었답니다
그런 중길이가 세상이 변했어도 갈데로 가라는데도 다른데로 가면 죽는줄알고
못가고 그때까지 인연을 끊지못하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제가 초등학교 2~3학년때쯤 있었던 얘기로군요

중길이는 진작에 운명을 달리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때의 중길이 각시와 아기는 어디서 어떻게 살고있는지 가끔 궁금해지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철이들었을때라면 더욱 잘해주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앞서는군요

오늘 뉴스를 들으니 정읍에 내린눈이 32cm라고 합니다
내일까지도 춥다고 하니 모레나 일을 시작하겠네요
방바닥이 따뜻하지않아서 흙을 모조리 걷어내버렸거든요
처음해보는 황토방이라 시행착오가 많습니다

뜯어내면서 보니 엑셀 사이에 숯가루를 깔았던것과
너무 두껍게 미장을 했던것이 원인이군요
그리고 흙이 부드럽다보니 단단한 시멘트처럼 열전달이 안되어 문제가 있습니다

시멘트와 모래를 좀 많이 섞어서 방바닥을 다시 할 예정이지요
남들은 우릴보고 좋은집 지어놓고 바라만 보고있느냐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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