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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뜨던 날 > 살며 생각하며

꿀 뜨던 날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07-04-23 22:41:23
조회수
1,949

글제목 : 꿀 뜨던날
글쓴이 벌집아씨
E-mail
등록일자 2004-09-29
조회수 22

등록일자 2003/06/05
조회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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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지난해보다 때쭉꿀이 덜 피기도 하고 강화에서 좀 늦게간 탓으로 지난해보다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래도 벌들의 부지런함을 보면서 은근한 기대를 해 보는것이 사람의 마음인가보다. 그런 날 보면서 울 신랑 많이 기대하지마 지난해보다 적을거야 한다.

그렇게 기대하던 때쭉꿀을 뜨기전날 울 신랑은 들통할사람을 한사람 구했으면 좋겠다며 신경을 쓴다.
시골이라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마을 주민 모두합해 13명이라고 하는데, 무거운 들통 할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그냥 조금 늦게 끝날생각하고 둘이하자고 하지만 그래도 마눌 걱정이되어 이사람아 나중에 팔 아프면 어쩔려구 한다.

나야 아무리 힘들어도 일을 끝내고야 아프는 성격이라 끝까지 밀고나가자 그럼 잊고 자자고 한다.
자리에 눕기가 무섭게 잘도 자는 신랑을 보면서 막상 내가 다 한다고 해놓곤 걱정이되어 잠이오질 않는다.
그런 날 위로라도 하듯 소쩍새는 애달프게도 울어대는데,
어릴시절 엄마 아빠 밭에나가 늦게오실때 대문 밖에서 이제나 저제나 오실까 기다릴때면 저놈의 소쩍새가 그리도 울어대던 기억에 지금도 저 소쩍새란 놈하곤 친하질 않는다.

오늘따라 물 내려가는 소리는 왜 저리도 크게 들리는지
저물도 나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
그렇게 뒤척이고 있는데, 밑에는 압력솥을 이용해 뜨겁것만
굽이굽이 산으로 둘러쌓인 무주의 밤기온은 코가 시릴정도이다.
밤만 되면 코가 막일정도로 온도가 내려간다.
그래서인지 나온지 한달도 안되엇것만 나의 피부는 새카맣게 탔다.
햇빛에 탄것보다 차가운 바람과 날씨 때문에 탄듯하다.
그렇게 뒤척이다 조금 잠을 잤나 싶었는데, 시계를 들여다보니 새벽 5시

옆에서 세상 모르고 자고있는 신랑을 깨우며 정우아빠 5시야 일어나야지요?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조금있다 다시 깨워보지만 또 무반응이다.
그래 하루 미루어 내일따면 좋겠구만, 며칠 몸이 쉴틈없었던 탓인지 이젠 몸도 마음처럼 움직여주질 않는다.
정우아빠 꿀딸거면 일어나고 안딸거면 더 자고 했더니
그 소리에 울 신랑 이사람이 무슨 소리야 꿀을 따야지 하며 일어난다.

다행이 옆에 집이 있기에 전기를 이용해서 채밀기를 돌릴수 있으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당신은 탈봉을 하고 내가 들통하면서 채밀기 맡을테니 마음 여유것 먹고 해 보자구요 하자
당신 오늘 죽었다, 이것 다 날으려면 팔빠질지도 몰라 한다.

그렇게 꿀따기를 시작하는데, 새벽 일찍 시작하는터라 이곳 저곳 두리번거려진다.
조용한 아침 적막이라도 깨듯 주민들 잠이라도 깨듯 그렇게 염려가 되기에(그럴리야 없지만)
그런 우리의 마음도 모르고 오늘따라 뻐꾸기며 할배새는 왜저리도 마음것 울어대는지

첫 소비를 한바구니 들고 가 채밀기에다 넣고 돌리는 순간
와^^저것이 꿀이라냐 엿이라냐
꿀이 어찌나 되직하던지 채밀기옆에 척척붙어 흘러내리질 않을정도다.
울 신랑 그런것을보고 기분좋아한다.
그도 그럴것이 올해 아카시아꿀은 그런 모습을 솔직하게 볼수가 없었다.

이른봄부터 비가 너무 내리고 아카시아철 내내 날씨가 꿀을 묽게했다.
다른 해보다 하루정도 더 기다려봐도 마음이 흡족할정도에 농도는 나오질 않았었다.
그래도 다른 봉우들과의 통화에서 우리의 꿀농도를 이야기하면 올해같은해에 어떻게 그리 진한꿀을 딴냐고 놀란다.
지난해와 올해는 그렇게 꿀의 농도가 주인의 마음에 들지 않을정도로 들어왔는데, 때쭉꿀만큼은 너무 진하기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정우엄마 무겁지 그렇게 물으면서도 힘들어도 무거워야 좋지하며 다시 묻는 신랑
힘든것이고 어차피 하는일이니 무거울수록 좋은거야 당연한것 아니겠는가?
소비마다 다 봉해 밀도를 해가며 하자니 시간이 좀 늦어진다.

잘 내려가지않는 꿀을 맛보니 잉^^올해는 꿀의 당도도 지난해보다 높다. 음 이 향기 맞아 이 향기야
입에서 부드럽게 없어지는 꿀을 한모금 먹곤 다시 힘을내어 낑낑거리며 꿀을땄다.
힘든 표정을 하면 신랑이 걱정을 할까봐 여유것 웃어가며 하다보니 그런대로 끝이보여간다.

예상했던대로 지난해보다 적게 나왔지만 그래도 눈앞에 있는 꿀을 보면서 어찌나 감사하던지
꿀 채밀을 끝내고 늦은 아침겸 점심을 먹곤 다시 로얄제리를 체취하면서 울 신랑 와 오늘 기록이다 합니다.
무슨 기록? 묻는 나에게 오늘 꿀땄지 화분 받았지 로얄제리 채취했지 합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정우아빠 그렇지 않아도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요?
벌한테 참 미안한 생각이 들어, 하자 왜 합니다.
요즘 저 자그마한 벌이 물어온 꿀빼앗지 화분 빼앗지, 로얄제리하지, 왕 만든다고 연기 푹푹 풍겨가며 괴롭이지 하자
울 신랑도 저와 같은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참 내가 기르는 벌이지만 저 자그마한 배로 꿀을 물어오기위해 얼마나 산을 헤메이고 다닐까 생각하니 정말 미안한 생각이 드는것은 어쩔수 없다.
힘은 들지만 그래도 힘들때마다 서로 염려해주는 사람이 옆에있으니 다행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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