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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와의 전쟁 > 살며 생각하며

거미와의 전쟁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07-04-25 17:29:30
조회수
2,349

글제목 : 거미와의 전쟁
글쓴이 운영자
E-mail
등록일자 2004-11-03
조회수 47

3004.7.17

길고 긴 장마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니 중부지방은 비가 억수로 온다는데
이곳은 어제도 오늘도 비보다 바람이 많이 불고 있으니 오히려 시원해서 좋습니다
물이 필요한 모든곳에 넉넉히 물을 내려주었을 이번 장마도 슬슬 끝날때가 되었다니
이어서 찾아올 무더위가 걱정이군요

사실 길고긴 여름철에 장마라도 없다면 어떻게 보낼지 막막하지요
이곳에서 30~40 분거리에 있는 섬진강댐의 옥정호를 지나노라면 만수위 자국 저 밑에서
"나 귀한 몸이니 알아서 모셔라~" 하고 저 깊은곳에서 누워 있는 모습은 참말 봐주기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물이 가득차 넘실거리고 있는 저수지나 댐은 마음까지 흡족해지고
운좋게 댐에서 물을 방류하는 모습이라도 본다면 그 시원한 소리와 거대한 물줄기에
답답한 가슴까지 훤하게 뚫리지요

댐사진...빠짐


한국 최초의 다목점 댐이라는 섬진강 댐입니다. 정읍과 임실의 경계에 위치

우리집의 7월은 거미의 세상입니다
온갖종류의 거미들이 거미줄을 치고 먹이를 기다리는데 거미란놈들은 정말 대단한 재주를 가졌지요
우리 어렸을때엔 거미뿐 아니고 제비도 엄청 많았습니다
제비란 놈들은 무엇때문인지 마을 안길을 낮게 날기를 하루종일 반복하였는데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현란한 비행기술을 가지고 있는 그 제비를 향해
작은 돌을 던져 맞혀보려고 하였습니다

어린 저의 키만큼의 높이로 길을 따라 날아오고 또 날아오고...
수십수백번의 돌을 던져보았지만 한번도 맞혀본적은 없었고 제비는 날이면 날마다 그곳에서 그렇게 놀았습니다
아마 먹이를 잡느라고 그랬겠지만....
제비는 높은 하늘도 좋아하지만 물도 좋아합니다
물이 가득한 논이나 둠범에서 대여섯마리가 어우러져 수면을 스치듯이 날다가 부리를 콱 쳐박고
물을 먹고 날아오르기를 반복합니다
어떤때는 너무 세게 박아서 그대로 물에 빠지지않나 싶기도 하지만 빠지지는 않더군요
사람들은 이걸보고 제비가 물을 찬다고 하나봅니다

제비는 사람이 무섭지도 않은가봅니다
봄이 되어 못자리를 할때쯤이면 물가에서 흙을 이개어 부리로 물어날라 내손에도 금방 잡힐듯 한
마루 위 처마밑에 집을 짓고 새끼를 낳습니다 어른들은 그래도 별로 싫은 기색이 없이
새끼를 낳으면 똥이 너무 많이 떨어지니 헌 판자를 밑에다 받혀주는 정도지요

어미가 먹이를 가져오면 고개를 쭉 내밀고 작고 노란 입을 벌리고 서로달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똑같은 모습을 어미제비는 어떻게 구별하고 먹이를 골고루 나눠주는지 모릅니다
잠자리,모기등의 곤충들을 잡아다 먹이고선 그대로 둥지에 매달려 마루에 않아있는 우리를 한참동안
뒤돌아 보다가 다시 먹이를 잡으러 가기도 하지요

이집을 짓기전에는 블록으로 슬레이트 집을 지었었는데
어느날 그 처마밑에도 제비가 찾아와 집을 지었습니다
내버려 두었더니 새끼를 낳아 키우는데 한여름 슬레이트가 열받아 너무 더우니
새끼들이 그만 모조리 죽어버렸어요
안타깝지만 어찌할수없더군요

그런데 다음해 봄이 되니 또 찾아온것입니다
이번엔 안되겠다싶어 더위를 막아주려고 슬레이트 위에다 두꺼운 스치로폴을 붙여주기로 했지요
그런데.... 에구아까워라
지붕위에 올라가 못을 박으려고 망치질을 했더니 그충격으로 제비집이 떨어져버렸어요
제비란 녀석이 다시지으려면 힘들것 같아 내가 흙으로 대충 이겨서 그자리에 도로 붙여주었는데
이게왠일? 하루 지나니 툭 떨어져버린것입니다
기가막혀서~~지금까지 제비들이 지은집은 한번도 스스로 떨어진것을 보지못했는데
내 실력이 제비만도 못한것을 알고나니 정말 어이가 없기도 하고 생각할수록 제비란 녀석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거미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제비 얘기를 하는것은 까닭이 있지요
역시 어렸을때 거미줄에 제비가 걸린것을 보았다는 동무의 말을 들은적이 있지만
제눈으로도 볼수있는 기회가 왔지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초저녁 대문없는 우리집앞에 새로 친 거미줄에는 방금 걸린 제비가 버둥거리고 있는 것이었어요 " 허!참 귀섭이 말이 정말이었네"

다른 새들은 아무리 높은 나무에 집을 짓더라도 올라가서 새끼를 내려오거나 돌맹이를 던져 부수는
못된장난을 하던 우리도 사람과 같이 집을 짓고 사는 제비에게는 그러지않았는데 잡아서 풀어주니
좋아라 하고 날아갔지요
정말 제비의 몸무게는 새털처럼 가볍더군요

이렇게 줄을 쳐서 제비까지도 잡는 거미는 인가주변에 서식하는 왕거미입니다
해질녘이면 줄을 치기 시작하는데 그 모양을 보고 있자면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고
조물주께서는 세상모든것들에게 한가지 재주는 꼭 가지게 했나봅니다
꽁지에서 거미줄을 뽑아 촘촘한 그물을 짜는데 아무리 작은 새끼라도 실수가 없고 정확합니다
좌로 갔다 우로 갔다 반복하기를 거듭 하여 모양을 완성하고는 한가운데 자리잡고
먹이가 걸리기를 기다립니다

먹이가 걸리면 재빨리 달려와 발을 이용하여 마구 돌려버리고 꽁지에서는 하얀 거미줄이 나와 꽁꽁
묶여져버립니다. 희안한것이 이렇게 먹이를 묶을때 쓰는 거미줄과 집을 지을때 쓰는 거미줄이 다른데 그물을 칠때는 굵은 한줄이지만 먹이를 묶을때는 가늘고 여러가닥인 거미줄을 쓰는 현명함을 볼수 있지요

저는 이 거미를 저녁마다 후레쉬를 들고나가 잡아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다음날 아침에 커다란 거미줄에 나의 사랑하는 꿀벌 수십마리가 걸려 거미가 미쳐 다 처치하지도 못하고 있는 눈이 휘까닥 뒤집어 지는 상황을 봐야하기 때문이랍니다
이놈의 거미는 눈꼽만큼 작은 새끼들이 불과 하루이틀이면 커다란 왕거미가 되는데
얼마나 성장이 빠른지 처음엔 믿어지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작은 새끼라도 놓치지않으려고 저녁마다 순찰을 도는데 처음 며칠은 수십마리씩 잡습니다
길쭉한 판자를 가지고 거미를 향해 일격을 가하면 철푸덕!
거미는 간곳없고 걸쭉한 액체와 껍질과 다리만 남게되지요

끝도없이 나오는 거미줄의 비밀은 아마 뱃속의 그 걸쭉한 액체가 액체가 공기와 접촉하면 바로 끈끈한 거미줄이 되는가봅니다

그렇게 약 1주일간을 잡고나면 좀 뜸해지는데 너무 안잡혀도 재미가 덜해요
구석구석 뒤져서 잡고 너무 높은곳에 있는 거미는 신고있던 고무신을 벗어 던져 줄을 제거하거나
막대기를 던져 해결합니다
그렇게 저녁마다 살생을 하는것이 좀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이녀석들을 죽이지않으면 더많은 꿀벌들이 죽을테고 또 아무 의미없이 죽이는것은 아니거든요
또 너무 흔한 왕거미만 잡지 좀 작은 초록색의 거미나 몸은 작고 다리는 자기몸보다 대여섯배나 큰
귀한 거미들은 잡지않는답니다.
이 왕거미란 녀석은 좀더 진화하면 그 강하고 찐득한 거미줄로 사람을 옭아 맬지도 모르거든요

구석구석 소소한것들에 관심이 많다보니 본것인데
어떤 곤충의 집을 보면 작은 거미들을 잡아다 놓고 있는것을 보았는데
이 거미들이 살아있긴 한데 도망을 못가고 있어요.
어디선가 들으니 어떤종류의 벌이 거미를 잡아다 새끼들의 먹이로 쓸려고 마취를 시켜놓았다더군요
먹이를 상하지않게 보관하는 방법도 참 여러가지입니다

옛날엔 거미줄을 걷어 잠자리나 매미를 잡기도 했지만
지금은 필요없으니 제발 우리집 주위엔 안쳤으면 좋겠어요
꿀벌을 기르고 있는 한 연중행사인 거미잡기를 빠뜨릴수가 없을것 같군요

수없이 많은 거미사진을 찍어 일부를 이전홈페이지에 올렸었는데
사진게시판을 찾아 구경해보세요








첨부 파일 : DSC0007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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