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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꽃은 지고 > 공지사항

아카시아꽃은 지고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7-04-28 07:50:06
조회수
2,934
    
최근 3~4년간 아카시아에 생긴 병으로 인해
우리 꿀벌농가들이 얼마나 많은 물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는지
아마 우리홈에 오시는 분들은 대충 짐작하실것입니다

수년전 경상도 일대에서 부터 시작된 이상한 병.....
아카시아 잎이 노랗게되며 쪼글쪼글 해집니다
쪼글쪼글한 그 잎을 따서 펼쳐보면 그속에 자리잡고 있는
작고 이상한 애벌레들
잎 하나에 두세마리씩 어김없이 들어앉아 있는것이
아마 그것들이 아카시아잎의 영양분을 빨아먹어 문제인듯 하였습니다
나무는 점점 말라죽어갔고 그 피해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였답니다

작년엔 그 피해가 극에 달하여
아카시아 꿀 생산량의 90%정도가 줄어드는 대 이변이 일어난것이지요
제가 꿀벌을 기른 84년 이래 그런적은 없었고
원로 양봉가들도 처음겪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많은 양봉가들이 의욕을 잃었고
저도 작년엔 공격적인 운영을 하지않고
꿀벌을 늘리지않는 등으로 운영비 절감에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올봄
몇년전부터 급격히 전국의 산에 숫자를 늘려가는 산벚나무에서 부터 흐르는
꿀은 남쪽의 사스레피나무,진달래,자운영등으로 늘어갔답니다
드디어 정읍에도 핀 아카시아나무

너무 너무 향이 좋습니다
집앞에 핀 아카시아꽃을 꺾어 먹으며 수없이 다시 돌아온 아카시아향을
만끽하였답니다
그래 바로 이 향이었지
이것이 바로 아카시아였어
그 아카시아 향을 맡아보지못한것이 불과 1년이었는데
그기간은 어찌그리 길게 느껴졌던가요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자세히 살펴보니
세상에 어찌 이런일도 있는지요
병으로 말라죽어 작년엔 꽃이 피지않았던 대부분의 아카시아 나무들도
다시 싹이 트고 잎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꽃은 있으되 향이 없었던 작년의 아카시아나무들도
올해는 그렇게 살아났고 적지않은 꿀을 분비하였습니다

이곳 정읍에선 그렇게 아카시아꿀을 떴는데
2차지역인 중부지방의 상황은 달랐습니다
꽃은 작년보다 아주 잘피었는데 향이없고 꿀이 안나는 현상은 작년보다
그리 다르지않았습니다

더 정확히 살펴보면
꿀은 나는데 꽃꿀의 수분이 너무 많아 거의 맹물수준입니다
꿀벌들이 꽃에서 빨아온 꿀이 당도가 거의 없는 맹물이라면
꿀벌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 모아와도 헛일이라는뜻이지요
맹물은 모두 공기중으로 날아가버리고 다음날 보면 거의 그 양이 너무 많이 줄어들어버리기 때문에.....

정읍에서 받아간 아카시아말기의 때죽나무꿀과 중부지방의 아카시아 꿀을 받아
채밀을 하고 저는 때죽나무봉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중부지방의 봉우들과 3차지역으로 이동한 봉우들은
제대로 채밀을 하지못했지만 저는 일찌감치 때죽나무의 가치를 알고 있었던 덕에 숨통은 트일수있었습니다

올해는 전문적인 이동양봉가보다
고정양봉가들이 재수가 좋았던 해였습니다

제가 생산한 올해의 아카시아꿀은 이곳 두승산에도 늘어나기 시작하는
때죽나무 덕분에 어느해보다 맛이 좋습니다
사실 아카시아만 있는 지역에서 꿀을 떠보면 당도는 높으나
맛은 때죽나무가 있는 지역보다 훨씬 떨어집니다

아카시아 꿀을 주문하신 분들은
꽃에서 나는 때죽나무 향에 아마 우리가 물건을 잘못보냈나 생각하실수도
있을것입니다

그러나
때죽나무꿀은 더욱 좋답니다
제가 때죽나무 꽃을 쫓아다닌 이래 꽃맺음 상태가 가장 좋았고
그 기간에 비가오지않아 생산량도 다른해보다 많았습니다

때죽나무는 해거리를 하니 내년은 꽃이 덜 피겠지만
그래도 저는 이순간
이만큼 향기로운 꿀을
저에게 허락하신 하늘님께 감사합니다

이제 당분간 무주에서 로얄제리를 생산합니다
찔레가 한창이고 다래가 피기시작하여 로얄제리하기가 훨씬 수월하거든요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 편하게 잠을 이루었습니다
시끄러운 물소리가 들리지않고 천막에서 자는것처럼 눅눅하지않아 좋군요

다시 살아나 꽃을 피운 아카시아나무처럼
우리의 대한민국과 이곳을 찾는 모든 분들께서도 오뚝이 처럼 우뚝서게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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