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업이란 이런것입니다.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0-07-07 22:26:01
- 조회수
- 19,972
바쁩니다
너무 바쁩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로얄제리 생산이 사람을 죽입니다
피곤하여 일찍 잠이들고 죽었다가 깨어나니 새벽입니다
어제는 더이상 미룰수없는 바깥일들이 많아 로얄제리는 채취만하고 이충은 미루었기에 오늘새벽은 몸상태가 좀 나아져 이동시에 찍어놓았던 사진들을 올려보려 합니다
진작에 하고 싶은말, 쓰고싶은 말이 많기도 하였는데......
올해는 등나무꽃도 잘피었습니다
마눌의 망중한이군요
현재 가지고 있는 12매 계상 200여개 외에 규모를 더 늘리고자 새통을 준비하여 페인트를 칠하고 있는 이동전의 모습입니다
대개의 식물들은 해거리를 합니다
아카시아꽃은 재작년에 잘피었고 작년에는 좀 덜했고, 올해는 다시 잘피었고....
이곳 두승산을 덮었던 소나무는 점점 줄어들고 잡목들이 늘어나며 꿀벌을 기르기에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해도 때죽나무가 번성하더니 요즘은 옻나무가 번성합니다
이미 구석구석 자리잡은 옻나무외에도 대규모 벌채가 이루어진 횅한 곳에는 온통 옻나무들이 먼저 올라와
덮어버리는 재미있는 현상이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때죽나무꿀도 좋지만 옻나무꿀이 더욱 많이 나오니 우리는 이래저래 좋지요~
그놈의 숲가꾸기라는 이름의 숲망치기만 하지않으면 좋은데....집에서 보이는 골짜기의 아카시아나무를 당겨서 찍어보았습니다
꿀을 많이 뜨려면 당연히 이동양봉을 해야하는데 1차지역은 올해도 안가고 2차지역인 중부지방 당진에서
꿀뜨는 모습입니다. 꿀을 뜨는 것은 가장 바쁘고 많은 일손이 필요하기에 대부분 5~6명이서 꿀을 뜨지만 우리는 항상 3명이서 합니다
마눌과 나, 들통한명.....
들통은 초보자라도 가능하므로 쉽게 구할수있는 일손이고 사진은 작년에 우리들옆으로 귀농하신 마눌의 이
모부님입니다.
꿀이 진할수록 깎아내야 할게 많으므로 시간은 더 걸리지만 어지간하면 100통기준 3시간 반이면 끝낼수 있습니다.
제손이 솥뚜껑같은 까닭이지요~
"아이고 무거워라"
"제가 이모부 몰래 설탕물로 몽땅 채워놓았어요~"
복분자 농사를 짓는데 복분자 수확전에는 시간이 있다고 하셔서
강화까지 같이 일을 해주시기로 한 이모부님과는 꿀을 뜰때마다 농담이 이어지지요
2차인 중부지방 다음엔 경기 북부지방과 전방지역입니다.
포천,철원,파주, 강화,연천등....저는 예전에 다녔던 강화도로 갔습니다
정읍의 허브찜질방처럼 물이 흐르는 골짜기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찜질방인데 비수기라서 따로 떨어진 주차창은 한가하다며 빌려주었습니다
골짜기끝에는 어느종교단체가 있었는데 그중에 사범이라고 하는 사람이 저를 보고 하는말
"눈을 보니 수련을 많이 하신분처럼 보이는군요"
왠 수련?, 도를 아시나요? 족인가??
모두 계상이기에 아래쪽은 로얄제리가 가득든 왕대가 부지기수로 많이 생깁니다
모두 여왕벌이 되겠지만 그대로 두면 처녀왕이 나와서 꿀벌들은 분봉을 하게되고 분봉이란 꿀을
많이 뜨는데 방해가 되므로 미리 제거해야 합니다
아래로 주머니처럼 생긴 모습은 여왕이 태어날 집, "왕대"이고
그안을 보면 하얀 로얄제리와 여왕이 될 애벌레가 한마리 들어있습니다
로얄제리를 생산할때는 모조 여왕벌집에 갓태어난 새끼를 옮겨넣으면 역시 일벌들이 로얄제리를 잔뜩줍니다
사진처럼 봉하기전에 애벌레를 건져내고 로얄제리를 채취하며, 저 애벌레는 제가 경험한 바 로얄제리보다
3배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이모부님과 둘이서 실컷 먹어도 처치곤란할정도로 많이 남는 수펄번데기와 왕대
올해는 벌이 많고 좋아서 저렇게 모아 술에담고 설탕을 부어 놓은게 어지간한 항아리하나는 될듯합니다
요긴하게 쓸데가 있지요~
이동시에는 말통에 넣고 설탕을 채워 집으로 가져가 큰통에 부어놓습니다
항상 그자리에 있는 도로변의 물앵두(올벚나무)는 올해도 어김없이 빨갛게 익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합니다
강화읍내의 풍물시장에 가면 살수있는 밴댕이
5000원어치는 너무 많아서 압력밥솥에 끓였더니 죽이되어버렸기에 다음에는 3000원어치만 사왔습니다~
밴댕이 속은 너무 작아서 빼낼것이 없으니 그냥 씻어넣고 통째로 끓이면 되어요~ㅎㅎ
풍물시장 2층의 식당가에는 밴댕이덮밥 (7000원)을 파는곳이 많으니 강화가시면 꼭 드셔보시길.....^^
저는 이번에 3번먹고 왔습니다~
먹었으니 다시 일해야죠~
집에 남겨놓은 벌도 있지만 이동하면서도 주력군으로 꿀을 뜨는 벌외에 30군은 따로관리하였는데 사진은 정읍에서부터 꿀을 받아 강화도까지 가서 맨 마지막에 한번 뜬 고숙성아카시아꿀 상태입니다
꿀벌들은 수분을 날려 진하게만든 꿀을 사진처럼 봉해버리므로 그냥 돌리면 꿀이 빠지지않으므로 칼로 깎아내야 합니다
고숙성꿀의 생산은 손은 많이 가고 생산은 적고........
수지타산만 따지면 분명 손해이지만 작년에도 생산하였고 올해도 생산하였고 내년에도 생산할것입니다
강화도를 끝으로 아카시아는 끝이납니다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여름내내 아카시아꿀을 뜰수있겠지만 더이상은 철조망과 바다가 가로막고 있지요
요즘 북한의 헐벗은 산에도 아카시아나무를 많이 심는다니 60년대 한국의 선택은 지금도 옳다는것이 증명되는것입니다
척박한 토질에서도 잘자라고 빨리 우거져서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중의 질소를 고정하여 다른나무의 성장에도 도움을 주니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지요. 어서 통일이 되면 좋을텐데......
다시 남쪽으로 내려옵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 너무너무 좋은나라~
우리에게 있어서 산은 생존기반이고 우리의 생존기반이 건강하게 유지될때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이 있습니다
강원도의 산도 깊지만 남부지방에도 깊은 산이 많고 그중에서도 전라도의 산은 보물산이나 다름없습니다
생물들은 본능적으로 추운곳보다 따뜻한곳을 좋아하고 따뜻한 전라도산에는 추운 강원도에는 없는 꽃을 피우는 밀원식물들이 부지기수로 많은데 그중에 때죽나무는 전라도 산의 정수입니다
강원도의 어느 지자체에서 happy 700을 외치지만 해발 700미터는 겨울이면 너무 춥고 여름에도 새소리조차 듣기 힘든 삭막한곳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지요
제 생각에는 해발 300미터가 가장 좋습니다.
적당히 춥고 여름에 시원하며 꽃이 피는 밀원식물이 많으니 산열매가 많아 새울음소리가 끊이지않습니다
그정도 해발이면 해충도 적어서 농작물 작황도 좋고
이동양봉 오래하다보니 별걸 다 알게되는군요....^^
올해의 마지막 이동장소인 진안은 산을 너무 좋아하여 숲을 가꾸며 고객쉼터로 만들어보고자 3년전에 장만한 41,000평의 산이 있는 바로 그 골짜기입니다 (동그란 화살표)
그리고 도로에서 골짜기로 2.3키로를 들어간 묵은 밭이 벌을 놓은 곳입니다 (길쭉한화살표)
이곳에도 어김없이 토종벌이 있지만 저도 기댈언덕이 있으니~
어서 빨리 이산을 개발하고 싶지만 주소지가 다르니 애로가많습니다
올해 임업후계자들에게 작업로 지원이 있다고 진안군에서 공문이 왔지만 작업로보다는 건축이 가능한 임도가 필요한데 임도는 돈이 너무 많이들어갑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골짜기 왕국입니다
어느곳을 가나 물이 흐르는 골짜기가 있고 그 골짜기를 따라들어가면 입구에는 한적한 산마을이 있고 안쪽에는 한두채의 외딴집이 있는 풍경
지나가다 골짜기안으로 들어가는 샛길이 눈에 띄면 끝까지 들어가보고야 마는 습성이 있는 촌놈~
산에서 흐르는 물을 못먹는 나라도 있다던데 좀 이상하지요~
이곳은 해발 약 350미터 정도
13년된 우리집 트럭은 장거리 운전을 하기에 불안해서 저는 스포티지를 가지고 이동하였고
이동할때마다 용달차 3대를 불렀는데 강화에서 이곳으로 오던 지난밤 그중에 한대가 도랑에 빠져 벌통을 모두 내리고 차를 빼내고, 다시 그 벌통을 밭으로 옮기고...
항상 그래왔듯이 그 고통스러웠던 시간은 지나고 골짜기 아래로부터 동이트는 산골의 아침이 밝아옵니다
용달차 한대는 먼저가고 두대가 남아있는데....
꼬박 새운밤, 다른곳이라면 찜질방이라도 찾아가서 잘텐데.....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분은 은박지만 깔고....에구, 미안해라~
그래도 주인은 잠이 오지않는 법이지요
정리하고 벌통배열을 마무리합니다
골짜기 안쪽, 집이 있는곳
냇가를 따라 나있는 길은 곧 끝나고 점점 높은산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후 드디어 기대했던 상황이 벌어집니다
낯선장소에 도착한 꿀벌들은 금새 지리를 익히고 꿀을 모아오므로 그 소리가 얼마나 요란한지 혼이나갈정도입니다
꿀벌은 산중의 꽃들에 미치고 우리는 꿀벌의 날갯짓에 미치고.....
양봉가들이 이동을 하는것은 바로 저모습, 광란에 가까운 꿀벌의 저 날갯짓을 보고자 함입니다
저 날갯짓에는 우리가 갈수없는 높고 깊은산, 아무리 험한 절벽의 하찮은은 꽃한송이도 놓치지않고 찾아
가므로 우리는 눈에 보이는 모든 산, 보이지않는 산까지도 우리의 영역으로 간주하고 만족을 얻기때문입니다
무주,진안,장수의 산악지역을 "무진장"이라고 줄여서 말하는데 그야말로 전라북도의 동부권은 무진장한 산중이고 저 깊고 넓은 산중에는
4월의 산벚나무를 비롯하여 5월의 때죽나무, 기타 이름을 알수없는 꽃들이 끝없이 피고 지기에 우리에게는 너무도 행복한 곳, 그야말로 꿈의 세계입니다
때죽나무가 끝나갈즈음, 꿀벌들은 점점 높은 산쪽을 향합니다
사람의 후각보다 수백만배 예민한 꿀벌은 활동거리가 거의 반경 7~8키로달하는데(10키로라고 주장하는 봉우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면적의 산에 있는 아주 작은 야생화하나라도 놓치지않으므로 이때는 꿀은 들어오지만 마땅히 주인공이 없는 시기입니다.
그야말로 여러가지 야생화꽃에서 모아온 꿀이지요
천지의 조화는 무궁무진하여 시시각각 변하는것이 지구이니 산에 있는 수천종류의 식물들의 성장이 꼭 같지는 않습니다
강우량이나 기온에 따라서 어떤게 잘자라면 다른것은 덜하고
어디선가 새로운 나무들이 옮겨와 자리잡기도 하고 있던 나무가 사라지기도 하니
해마다 다른 꿀이 나오고 해마다 색상이나 맛이 조금씩 변하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스릴있기도 하지만~
강화까지 같이 했던 마눌의 이모부님도 가고 이제 저혼자남았습니다.
그래도 골짜기안에 집한채, 이웃이 있으니 옛날보다 훨씬 낫군요
"오늘 집으로 철수해요"
작은 생수병에 꿀한병 담아 갖다드렸더니 준것도 없는데 무슨꿀이냐며 수박이며 참외며 갖다주셔서 잘 먹었습니다~
산그늘에 혼자서 천막을 치고.....
가시가 있어서 찔레라더냐
시들때까지도 꿀벌들과 어울릴줄 아니
나눌줄모르는 장미보다 훨씬 이쁘구나...
댓글목록
시골뜨기님의 댓글
운영자님의 댓글
아카시아철엔 몸도 바쁘지만 마음에도 여유가 없다보니....
잘 계시는것같아 반갑습니다
벌집아씨님의 댓글
ㅎㅎ 전 꿀따는날만 갔었구요. 그뿐아니라 강화있을때 김포사는 형부가 돌아가셔서
조문까지 정신없는 날이엇답니다. 꿀따면서 뜨기님내외분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연락을 못했답니다.
유재완님의 댓글
인고의 시간을 바치는 모습들!
어쩌면 숭고함이 함께하고 있는 것 같아 숙연해 지네요.
고행의 역할에 깊은 찬사와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그런데,
벌들은 그 많은 벌통 중에서 어떻게 자기 집을 찾지요?
운영자님의 댓글
나의 벌들과 저와 인연되는 분들과 그저 조금이나마 같이 즐겨볼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있지요.
낯선곳에 벌통을 옮겨놓으면 처음 몇시간은 꿀벌들이 쏟아져나와 자기집을 기억하기위해 주변을 탐색하므로 온 하늘이 난리가 납니다.
그래도 꿀이 많이 나오면 몸이 무거워 들어가기 수월한 방향으로 꿀벌들이 몰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장소에 이동하면 꿀벌들이 몰리지않게끔 밀원의 방향이나 지형지물에 유의해서 벌통을 배치하는데 그렇지못할경우엔 낭패를 당합니다.
벌이 많은 통은 넘치고 안그런통은 텅텅비다시피 하는것이지요.
그럼 생산성이 떨어지므로 골치아프고 초보는 고생좀 해야 어느정도 감이 잡히고...
경험은 그래서 중요한것이지요.
재완님의 소중한 경험도 많으실텐데 썩히면 아까우실듯....^^
고흥석님의 댓글
운영자님의 댓글
이동양봉은 정말 힘들어서 아카시아철 지나고나면 어지간히 체중변화가 없는 저도 살이 쭉 빠져버립니다.
그래도 기대와 희망이 있기에 1달동안 악전고투 하는것이지요.
정확한 판단과 함께 운도 따라야 하는 시기여서 이때를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수확량의 차이가 100% 이상 날수도 있는것이 이동양봉의 묘미랍니다.
요즘엔 1장과 2봉장으로만 이동하므로 이때보다 수월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