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벌만 잘길러도~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1-03-16 13:43:36
- 조회수
- 16,637
농촌의 일이 어려운 까닭은 어떤 일이건 1년에 한번밖에 경험할수 없기 때문입니다
책이나 이론으로 쉽게 배울수 있다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한게 아니니까요
꿀벌기르기 역시 여느 농촌의 일처럼 무수히 많은 실패가 쌓여야 어느정도 감이 잡히는 일이며
27년째 꿀벌을 기르는 저도 항상 배우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까닭입니다
봄벌 기르기는 양봉농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겨울을 지나온 꿀벌들은 숫자는 많이 줄어들어 있고 남아있는 꿀벌들도 노쇠하여 곧 수명을 마치므로
부지런히 새로운 젊은 일벌들을 양성해야 다가오는 유밀기에 더많은 수확을 얻을수 있기에 양봉가들은 봄벌
을 기르기 위해 일찌감치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가기도 하고 심지어는 조금이라도 더 남쪽으로 가기위해 배
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저도 애들이 둘이었을 때 까지만 해도 고흥으로 내려가 봄벌을 길렀으나 이젠 도저히 그럴 여건이 안되어
못간지가 오래입니다
고생스러웠던 때였지만 그땐 순종하는 마눌과 애들이 어렸으므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으며 오늘도 남
쪽으로 내려가 봄벌을 키우는 꿈을 꿉니다
남쪽의 해변가엔 내륙엔 없는 밀원식물이 있어서 꿀도 많이 나와요~
대부분 양봉가들의 양봉장이 집과 떨어져있는데 반해 저는 집안에 양봉장이 있습니다
출근할 필요도 없고 자잘한 일이라도 그때그때 할수 있으니 그 편리함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지요~
마당에 6줄로 배치한 꿀벌은 한줄당 약 35통.
오늘은 꽃샘추위가 있어 지난밤에 덮어준 보온덮개를 아직 열지않은 아침의 상태입니다
겨울에는 추워도 괜찮지만 봄벌을 기르기 시작하면 애벌레가있는 내부는 영상 35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런 꽃샘추위에는 꿀벌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우리가 도와줘야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덮어줄때는 치명적인 부저병이 올수 있으므로 아주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한쪽을 들춰보면 그안의 벌통 역시 따뜻한 솜으로 둘러싸여있습니다
올해는 구정 연휴가 끝난 2월 7일부터 봄벌을 기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봄벌 기르기의 시작이란 축소하고 화분떡을 올려주는 시기를 말하지요
물론 냅둬도 스스로 알아서 번식하지만 늦으면 안되므로 서둘러야 합니다
꿀벌들은 무리의 안위를 위해 절대 몸을 사리지 않습니다
어지간히 추워도 물을 구하러 나오고 물을 긷다가 체온이 떨어져 마비되어 낙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일일이 찾아서 넣어줄수도 없고, 그 손실이 상당하므로 꿀벌의 손실을 막기위해 호스를 연결하고 벌통위에
물이나 먹이를 공급합니다
위에 올린 급수기는 먹이를 주는 사양기 겸용으로 쓰며 만드는 업체도 많습니다.
그러나 어느정도 물이 흘러나오면 자동적으로 멈추는 원리는 모두 비슷합니다
저는 최종적으로 인천의 "봉봉원"이란 양봉자재 업체에서 만든 급수기를 사용하는데 조금만 손보면 아주
훌륭한데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음~
꿀벌은 꿀과 화분을 먹는 곤충이고 화분을 먹어야 젖을 내어 새끼를 기를수 있는데 때는 아직 이른 봄...
산야의 철이른 들꽃들은 너무 가냘프고 이 많은 꿀벌들이 먹기엔 어림도 없이 적습니다
그러므로 여러가지 재료를 혼합하여 꽃가우와 비슷한 "화분떡"이란것을 만들어 공급합니다.
재료는 자연화분이 가장 좋지만 가격이 비싸므로 사료용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자연화분과 탈지분유, 난황
(계란노른자분말) 카제인, 대두분,설탕, 맥주효모등을 사용합니다.
그외 비장의 재료를 사용하기도 하고...
검증되지않은 재료를 사용했다가 꿀벌이 망가지는 사태가 오기도 하고~
불과 5~6년 전만해도 각자가 집에서 수작업으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전문업체가 있어 훨씬 수월해졌지요
화분떡값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저의 경우 년 300~400만원...장난이 아닙니다.
4월 중순 산벚꽃이 필때까지는 계속 먹여야 하고 하순의 도토리꽃이 피어야 화분은 완전 해갈됩니다
이후로는 자연화분이 충분히 들어오므로 돈도 절약되고 로얄제리생산도 잘되고.....
아, 꽃이 많은 나라에서 살고싶어요~~
적당히 말랑말랑하게 반죽한 화분떡을 비닐을 펴서 벌통위에 거꾸로 올려놓습니다
부지런히 먹고있는 일벌들의 모습
꿀벌들은 화분을 못먹으면 젖(로얄제리)을 충분히 분비해 내지 못하므로 새끼도 약해집니다
제대로 먹지못한 산모는 뼈를 녹여 젖을 만들어내므로 점점 말라가지요
울 각시 애들을 셋이나 젖을 먹여 기르는 것을 옆에서 보고 알았습니다~
꿀벌도 역시 마찬가지....
비닐을 들쳐보면.....
와, 많다~
너도먹고 나도 먹고 배부르게 먹고 실컷 먹자~~
적더라도 절대 싸우는 법은 없고 가장 필요한 꿀벌만이 먹습니다
쥔 아저씨 고마워요~
그래 많이 묵어~ㅋㅋ
아주 아주 건강하게 보이는군요~
양봉을 오래 하신 분이라면 이 모습만 봐도 내부상태는 대충 감을 잡습니다
그럼 내부를 볼까요?
며칠전에 찍은 사진인데 작업복을 입은 상태라서 쥔장이 깔끔하지 못하군요....^^
꿀벌은 6각형이 가장 원에 아까우면서도 빈 공간이 남지않는 것을 알기에 6각형으로 집을 짓습니다
구멍을 자세히 보면 이제 막 낳은 알이 보이지요
알이 세워져 있는 것으로 봐서 24시간 내외인것을 알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무지 작아요
양봉농가들은 꿀벌을 좋다 나쁘다, 혹은 안좋다, 별로다 등의 말로 표현하는데
좋다는 뜻은 꿀벌의 숫자가 많고 내부상태도 그에 맞게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안쪽으로 5장이 있고 그 뒤로 여왕이 넘어가서 산란을 하고 유충을 기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시기에 이상태라면 그야말로 환장하게 좋은 벌이지요~
모두 다 그러면 좋은데 아직 4장 짜리 벌도 꽤 있습니다. 사실은 4장짜리라도 아주 좋아요~
기가 막히게 건강한 상태입니다.
이 시기에 가장 무서운게 부저병인데 항생제를 쓰지않는 저는 한번 발병하면 막대한 댓가를 치뤄야 하므로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세심하게 관찰하고 또 관찰하여 조금이라도 이상한 징조가 보이면 미리미리 조치합니다.
어떤것이든 징조가 있고 미리 손을 쓰는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니까요
소문을 더 넓히기도 하고 추운날씨에도 앞을 내리는것을 중지할때도 있고
먹이나 급수로 조절을 하기도 하고....과습도 해롭거든요
그 모든 조치방법이 사진에 나와있습니다
아래쪽엔 벌써 수펄을 기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숫벌집은 일벌집에 비해 조금 크고 아래나 위 옆의 귀퉁이에 주로 짓습니다
역시 최상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애벌레들이 아직까지는 젖을 듬뿍 얻어먹고 있지만 저상태가 한계이고 조금만 더 자라면 꽃가루와 꿀만을
얻어 먹을수 있습니다.
끝까지 젖만 얻어먹고 자라면 여왕으로 변화되어 태어나지만 사진의 6각형 방들은 크기가 작으므로 그런일은 별로 없고
간혹 여왕이 사고를 당해 없어지면 애벌레가 들어있는 저 작은 집을 넓히고 그안의 애벌레에게 젖을 많이 먹여 여왕으로 만들기도 해요
여왕이 될 씨가 따로 있는게 아니고 일벌의 알도 로얄제리만 많이 억어 먹으면 여왕으로 변화된다는 말씀~
가쪽의 작은 애벌레는 젖에 잠겨있듯이 많이 먹지만 몸을 구부리고 있는 커다란 애벌레는 젖이 안보이지요
그리고 조금 더 지나면 이 애벌레들은 고치를 지을 준비를 하고 그에 맞추어 언니벌들은 밀랍으로 덮개를 만들어 덮어줍니다
덮개를 덮는 시기는 애벌레와 언니벌들의 교감으로 정확한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알수 있어요~
그리고 며칠후.....
애벌레들은 우화하여 완전한 꿀벌이 되고 스스로 물어뜯고 밖으로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됩니다.
알에서 부터 21일이 걸린답니다.
애들아, 우리 누가 먼저 나가나 시합하자~~
이쪽에 다른녀석도 나오네요~
아주 아주 건강한 모습입니다
화분떡을 잘만들고 벌관리도 잘했다는게 증명되는 순간이지요
언니야, 나 왔어~
그래, 수고했어~배고프지?
일벌들은 모두 암펄이랍니다.
갓 태어난 일벌은 너무도 가녀린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며칠 지나면 몸이 야물어지고 내부청소와 애벌레들에게 젖을 먹이는 등 일을 하다가 조금 더 지나면
꿀과 화분을 모으는 힘든 바깥 일을 합니다.
누가 시키지않아도 스스로 일을 찾아하는 우리의 꿀벌들....
꿀벌의 습성은 더이상의 진화도 후퇴도 없답니다.
즉 처음부터 완전한 상태로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지요
다행히 요 며칠 따뜻해서 파랗고 조그만 개불알 풀도 조금 피었고 오리나무 1차에서 화분이 들어와 노랗게 저장해놓은 것이 보입니다
이렇게 자연화분이 들어오면 화분떡은 먹는양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화분떡을 아무리 잘만들어도 자연화분의 영양을 못따라가는 것이지요
아기벌이 태어난 방은 언니벌들에 의해 깨끗이 청소되고. 이 과정에서 프로폴리스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왕은 그자리에 다시 산란을 하고, 점점 많아지는 소비장과 함께 식구도 늘어나지요
올봄에도 뭔가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고 결과도 좋으니 내년에는 더욱 희망적인 두승산밑 꿀벌집~
일찌감치 내려가 봄벌 잘키워서 1년에 500통씩 파는 양봉가도 있답니다.
통당 20만원씩도 받을수 있으니 대단하지요
내년에는 우리도 봄벌을 팔아 한밑천 잡아 볼까~
댓글목록
서병섭님의 댓글
그러면 식구가 대충 몇이래요?
집안이 아니고 일개 나라수준인가봅니다.
그러면 벌집아찌는 왕이시고 벌집아씨는 왕비님?
ㅎㅎㅎㅎㅎㅎㅎㅎ
이건기님의 댓글
운영자님의 댓글
요즘 바쁜탓인지 정신이 없습니다....^^
꿀벌을 기르는 일은 핵심만 알면 아주 쉽고 이동양봉이 힘들지요
화분떡은 실제로 맛있고 영양가가 높아서 강아지도 좋아하고 새들도 부스러기가 없나 하고 항상 기웃거립니다~
건기님께서도 원하시면 한덩이 보내드릴께요~
이 영님의 댓글
벌들의 알도 보이고 애벌레(?)도 보이고...ㅋㅋㅋ
요정핑크님의 댓글
언젠가 한번 찾아 뵙겠다는게.. ㅎㅎ 세월만 보내고 있네요.
그나 저나 저희집 사람들은 꿀을 잘 먹지 않나봐요~ 아직도 꿀통에 꿀이 반은 남아 있으니 두승산밑 꿀벌집 꿀맛은 언제 보게 될런지요^^
벌집아씨님 그리고 서방님 모두 안녕하시지요.
정말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두분입니다. 늘 화이팅하세요.
운영자님의 댓글
알고보면 참으로 합리적이기도 하구요~
핑크님 오랜만입니다
안잊고 찾아주신 것만도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핑크님께서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금호영님의 댓글
세상에나~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면서 주문하고 받아먹는 제가 부끄럽네요
금호영님의 댓글
운영자님의 댓글
물론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지요
그에 반해 이동양봉은 정말 너무 힘들어서 예전에 꿀따지말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가 지금도 각시한테 약점잡혀 있어요~ㅋㅋ
이동양봉에 관련된 사진은 사진게시판 "양봉업이란 이런것입니다"에 있지요
주문하신 고숙성꿀 오늘 보냈습니다.
항상 아껴주시는 금호영님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