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죽나무 베는날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6-02-10 05:17:59
- 조회수
- 4,406
나무를 이용하여 내가 원하는 물건들을 만든다는 것은 참 묘미있는 일입니다.
오래전에 군산의 제재소에 가서 목재를 켜다가 벌통을 직접 만들어 써본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목공을 배우기 시작한것은 지난겨울이었습니다.
1주일에 한번있는 수업을 위해 구례에 있는 공방에 등록하고 수업을 받다가
좀 더 수준높은 교육을 위해 짜맞춤 가구 전문수업 공방으로 옮긴 후
참죽나무의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참죽나무는 울타리나 집 주변에 흔히 심어 빨래줄을 묶는 용도로 많이 쓰였습니다만 유달리 참죽나무를 집 주변에 많이 심은 까닭은 뭔가 의미가 있는듯 합니다.
독특한 향을 가진 잎은 부각으로 만들어 먹으며 지금도 아주 귀하고 비싸더군요.
담양의 짜맞춤가구 공방에 있는 참죽나무 가구입니다.
난 언제쯤이라 이런 실력이 될지...
참죽나무는 성장이 아주 더딘나무입니다.
재질이 단단하고 빨갛고 아름다운 무늬가 좋아서 가구용으로 쓰임새는 많은반면 새로 심는 사람은 거의 없으므로 구하기가 쉽지않고 가격도 무지 비싸답니다.
참죽나무는 목공인의 로망이더군요
나도 참죽나무 사고싶다.....
나도 참죽나무 사고싶다.....
나도 참죽나무 사고싶다.....
나도 참죽나무 사고싶다.....
나도 참죽나무 사고싶다.....
어딜가나 참죽나무를 찾아 눈에 불을 켭니다~
그러나 이미 대부분의 나무들이 나무 장사꾼들에 의해 처리되고 간혹 남아있는 나무들도 중간이하이고
그나마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사기가 쉽지않습니다.
위 사진처럼 큰 나무도 아주 가끔 있기는 해도 손에 넣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까요..
까치집이 두개나 있군요
그러나 꿈을 꾸면 이루어지는 법....
이웃 이평면에서 보고 침만 삼키던 참죽나무를 드디어 손에 넣게되었습니다.
너무 커서 위험하고 장비가 아니면 다룰수도 없어 포크레인을 동원하고 벌목경험이 많은 후배의 도움까지 받았지요.
산에 나무를 자르러가면 서로 자기를 베어가라고 외치는 나무들의 외침을 듣는다는 어느 목수의 글을 보았습니다.
"나를 베어다 쓰세요. 땔나무로 없어지고 싶지않으니 나를 베어쓰세요"
저도 나무의 소리를 들을수는 없었지만 베기전에 한번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맘속으로는 나무야, 미안해...
겉으로는 "아저씨, 이젠 나랑 같이 놀아요~"
먼저 담장 바깥의 잡목들부터 제거합니다.
포크레인 바가지에 올라서 가지 한개를 자르고...
위에 올라보니 아래에서 보는것과 달리 엄두가 안난다는 후배...
바가지를 집게로 바꿔 몸통을 꽉 잡은 후...
나무가 집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니 실수하면 큰 일 납니다.
엔진톱 가동 몇분만에 우지직 소리가 나면서 기울어지네요.
다행히 큰 실수없이 자를수 있었습니다.
잘라낸 참죽나무 그루터기도 캐자는 마눌의 이모부님~
그러나 아쉽게도 포크레인 기사의 부주의로 절반이 쪼개져버렸습니다.
에고.....뿌리 캐느라고 담장을 3미터나 헐었는데~
가지들을 정리하고...
작은 가지하나도 버릴것이 없는게 참죽나무랍니다.
큰가지를 자르고...
밑을 고인후...
우리집 제재기가 자를수 있는 한도인 12자를 자르니 윗부분은 10자정도가 남는군요.
1톤차에 옮겨실었습니다.
개당 1백만원씩에 샀다는 공방의 원목보다 더 굵네요.
자르기가 이리 힘드니 비쌀수밖에 없었습니다.
같이 매입한 작은나무도 잘랐습니다.
전깃줄도 조심조심...
가지와 뿌리까지 한차 가득싣고서 무사히 도착...
작년에 흙받으면서 헐어낸 담장을 통하여 안으로 운반했지요.
그러나 끝이 아니랍니다.
빨리 말리면 갈라져서 목재의 쓰임새가 없어지므로 생목으로 바로 켜서 쓸수가 없답니다.
원목상태로 1년 이상...켠 후에 또 1년...
노상에서 눈,비,바람,햇볕등을 쐬어가며 건조하는 방법도 있고
비가림상태에서 건조하는 방법도 있고
흙속에 파묻어놓고 몇년을 기다리는것이 가장 좋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땅과 사람은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이번경험으로 나무와도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잔가지를 마저 싣고 올무렵 해가 서산에 넘어갑니다.
댓글목록
예민정님의 댓글
어떤 사람은 요즈음엔 땔감을 이용하지 않으므로 숲에 나무가 부지기수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종이를 너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숲에 나무나 남아나지 않을 거라며 저런 식으로 자꾸 벌거숭이 산을 만들다 보면 산사태의 위험성이 높아질 거라고도 하더군요..ㅎㅎ 뭐가 맞을까요?
운영자님의 댓글
물론 인간이 원하는 나무들이 아니고 그지역 환경에 맞게 자연이 만들어내는 숲이 되므로 목재로서의 가치가 떨어질수는 있지요.
설사 그 아래 작은 나무들이 없어도 표토가 남아있는 한 금새 다른 나무들이 싹터서 자란답니다.
진짜 문제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로 숲을 훼손하는 경우이지요.
동계 올림픽 치른다며 원시림 잘라내고 산을 허물어내는 강원도의 스키장등...
아참, 이 나무는 농촌 폐가안의 나무랍니다~
벌집아씨님의 댓글
시골 어느 동네나 그렇듯 이미 집주인은 세상을 떠나시고 자녀들이 나무를 판매한것이지요